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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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현금이용 상한선 설정 추진…'테러자금 봉쇄하자'

유럽 관광객들 불편 증가 가능성
유럽연합(EU)이 테러자금 대책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현금사용 제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24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EU는 고액상품을 현금으로 사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러나 범죄에 관련된 조직의 탈세나 자금세탁을 봉쇄하려는 목적이다. 현금 사용에 상한을 두면 고액의 결제는 신용카드로 하게 되며 은행의 계좌이체 등을 통한 지불도 늘어난다. 이 경우, 당국의 자금 추적이 훨씬 쉬워진다.

이런 방안은 독일과 프랑스 재무성간에 합의됐고 지난 12일 EU 재무장관 모임에서 논의됐다. 5월 중에는 큰 테두리가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는 일부 EU 가맹국에서 탈세 등 범죄대책의 일환으로 현금 지불이나 결제에 상한선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실제로 프랑스는 작년 9월부터 현금 결제 상한액을 1천유로로 정하고 있으며 벨기에는 5천유로, 스페인은 2천500유로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때 현금을 사용하지 못한다. 스웨덴에서는 대중교통요금의 현금결제가 제한되며 70%의 시중은행이 전자결제로만 업무를 본다.

스페인은 원칙적으로 2천500유로(약 340만원)의 현금지불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 국가들이 통일된 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현재 유럽 정계에서는 2천∼5천유로로 하자는 의견이 많다.

현금이용 상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유로권뿐만 아니라, 중동이나 옛 소련권의 암시장에서 유로의 현금이 널리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유럽으로 건너가는 난민의 안내를 하는 터키의 밀항업자는 유로나 달러로 대금을 받는다. 마약이나 무기의 거래, 인신매매에도 유로가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된다.

이런 경로를 통해 현금이 유로권에 다시 유입돼 범죄조직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이 현금이용 상한제의 목적이다.

하지만 유로권 역내에는 소비자의 지불수단을 정부가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전통적으로 현금을 중요시하는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북부 유럽의 여당이나 소비자들 사이에 반대가 강하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재무성은 "현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정부 측의 이런 추진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어 유럽중앙은행(ECB)은 500유로 지폐를 폐지한다. ECB의 브느와 꾀레 전무이사는 지난 11일 "자금세탁을 묵과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머지않은 장래에 (500유로권 폐지를)결정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ECB 이사회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총재 등이 고액지폐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500유로 지폐는 일상생활에서는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있는데도, 총금액 면에서 현금 유통량의 30%를 차지한다. 드라기 총재는 "이는 범죄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유로권 역내의 슈퍼나 양판점에서는 500유로권은 위조지폐일 가능성이 있어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련의 규제책이 도입되면 고급차나 부동산, 보석 장식품 등도 현금으로 사는 것이 어려워진다. EU 역외에서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의 쇼핑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