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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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공식 없고 참신"… 컴백하는 ★들 케이블 ‘노크’

지상파 아닌 케이블 드라마 출연 러시 왜?
그동안 스크린을 누볐던 배우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이 출연하는 tvN 드라마 ‘시그널’. CJ E&M 제공
‘드라마’가 ‘영화’가 됐다. 그동안 스크린을 중심으로 얼굴을 내밀던 톱 배우들이 브라운관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이번엔 조금 독특한 ‘컴백’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아닌 케이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것. 충무로를 주름잡던 스타들이 잇달아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지상파가 지키려고 하는 ‘드라마 왕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요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 tvN ‘시그널’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다. 그는 KBS2 드라마 ‘직장의 신’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케이블 방송을 택했다. 데뷔 이후 첫 케이블 방송 출연이다. 

김혜수는 시그널 출연 계기에 대해 “한마디로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김은희 작가의 필력이 대단했고, 김원석 감독의 연출도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는 그동안 검증을 통해 성공이 보장된 드라마를 주로 하는 것에 반해 케이블은 더 과감하게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조진웅과 이제훈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암살’ ‘명량’ ‘끝까지 간다’ 등에 출연하며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온 조진웅은 드라마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훈 역시 영화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개론’ 등에 출연해 스타 반열에 올랐으나 뒤이어 출연한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시그널’ 출연으로 영화에서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이 출연한 ‘시그널’은 평균 시청률 9.5%, 최고 시청률 11.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10∼50대에 이르는 전 연령 남녀 시청층에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전 채널 7회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과거 ‘모래시계’ ‘허준’ 등 국민적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처럼 케이블 드라마를 ‘본방사수’ 하려는 시청자들 역시 늘고 있는 셈이다. 
왼쪽부터 신하균, 전도연, 고현정.

배우 고현정도 드라마 복귀작으로 오는 5월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선택했다. 신하균 역시 같은 방송사 드라마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경찰 위기협상팀의 천재협상가 주성찬 역을 맡았다. 2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신하균은 2010년 tvN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 이후 한 번 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을 선택했다.

시청자들은 그동안 그리워할 뿐 쉽게 볼 수 없던 톱스타급 배우들의 명연기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 있다. 
‘은교’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김고은은 케이블 방송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여대생 역을 맡아 발랄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중이다. CJ E&M 제공

중견배우뿐 아니라 영화 ‘은교’의 청초한 여학생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김고은 역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홍설’역을 맡아 기존의 음울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성공적으로 브라운관에 안착했다.

충무로의 스타들이 잇달아 케이블 드라마의 문을 두드리는 가장 큰 이유로 ‘신선함’과 ‘독특함’, 그러면서도 사전제작 시스템 등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완성도’가 꼽힌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이 질투와 출생의 비밀 등 ‘막장 드라마’ 요소를 빼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를 기존에 보지 못했던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준 것 같다”며 “앞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구분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사전제작 시스템이어서 ‘연기욕심’이 남다른 배우들에게 충분히 캐릭터에 대해 연구할 시간이 마련돼 배우는 물론 제작진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배우 전도연은 오는 6∼7월 새롭게 시작하는 tvN 드라마 ‘굿 와이프’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동명 미국 드라마의 한국판인 이 드라마는 최근 전도연의 캐스팅을 확정하고, 나머지 주조연급 배우를 물색 중이다. 그가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것은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출연 이후 11년 만이다.

앞서 지난해 tvN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 출연한 최지우는 “작품성이나 완성도, 작업 환경 등에서 지상파나 케이블의 차이를 느껴보지 못했다”고 말한 바있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웃돈을 준다고 해도 케이블이라는 편견이 있어 배우들이 출연을 꺼렸다”며 “요즘은 좋은 대본만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