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독립하고 싶지만 통장잔고를 떠올리면 마음을 접게 됩니다.”
최모(29)씨는 경기도 안산의 부모님 집에 산다. 지난해 외국계 제약사에 입사한 최씨는 집에서 서울 강남의 회사까지 출퇴근에만 매일 3시간이 걸리지만 독립할 엄두를 못낸다. 지난해 정년퇴직 뒤 계약직으로 있는 아버지의 수입이 크게 줄어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데다 모아둔 돈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대학 때도 2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로 통학했었다”며 “지금은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할 때라 부모님과 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명 디자인 학교를 나온 박모(32·여)씨도 4년 전부터 서울 성북동 부모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집안이 여유가 있어서 취직에 대한 조급함은 없는 편이다. 그는 “어릴적부터 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다”며 “부모님은 ‘남의 밑에서 고생하느니 개인사업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구상 중인 박씨는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회를 보러 다니거나 화실에서 유화를 그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는 “집에 공간이 충분한데 굳이 추가로 돈을 쓰면서 따로 살아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최모(29)씨는 경기도 안산의 부모님 집에 산다. 지난해 외국계 제약사에 입사한 최씨는 집에서 서울 강남의 회사까지 출퇴근에만 매일 3시간이 걸리지만 독립할 엄두를 못낸다. 지난해 정년퇴직 뒤 계약직으로 있는 아버지의 수입이 크게 줄어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데다 모아둔 돈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대학 때도 2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로 통학했었다”며 “지금은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할 때라 부모님과 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명 디자인 학교를 나온 박모(32·여)씨도 4년 전부터 서울 성북동 부모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집안이 여유가 있어서 취직에 대한 조급함은 없는 편이다. 그는 “어릴적부터 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다”며 “부모님은 ‘남의 밑에서 고생하느니 개인사업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구상 중인 박씨는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회를 보러 다니거나 화실에서 유화를 그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는 “집에 공간이 충분한데 굳이 추가로 돈을 쓰면서 따로 살아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독립할 때가 됐음에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를 일컬어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주머니에 새끼를 품고 키우는 캥거루처럼 경제적으로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하는 세대를 빗댄 것이다.
24일 통계청의 ‘2015 사회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인구 가운데 31.6%가 자녀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 이유로는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4.2%로 가장 많았다. 2013년 같은 조사(29.3%) 때보다 4.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취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거비 부담과 늦은 결혼 등의 이유로 ‘생활 독립선언’이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3574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과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5%가 ‘자신은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67.8%는 캥거루족을 가르는 기준으로 ‘경제적 독립 여부’를 들었다. 이어 부모가 자녀의 개인생활에 개입하고 결정하는 등의 ‘인지적 독립 여부’(21.9%)를 꼽았다.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답한 이들은 부모에 기대는 이유(복수응답)로 ‘집값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69.1%), ‘생활비가 부담스럽다’(64.7%)를 꼽았다. 이외에 △자립할 용기가 없다(20.8%) △부모님과 사는 것이 행복하고 편하다(20.8%) △독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14.8%)고 이유를 댔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의 한 다가구주택 반지하 집에 살던 박모(73)씨는 같이 살던 아들(41)을 흉기로 찔렀다. 박씨는 마흔이 넘도록 직업도 없이 자신에게 의존해 사는 아들에게 불만이 쌓였다. 그러던 중 아들이 “돈을 마련해 주면 지방에 가 살겠다”고 하자 박씨는 아들에게 줄 돈을 마련해 주려고 반지하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 하지만 아들은 독립하지 않았고 반지하 집을 담보로 3900만원을 몰래 대출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자꾸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 아버지에게 집을 비워 줄 것을 요구하곤 했다. 사건 당일 노숙을 한 아버지는 방에서 편히 자고 있던 아들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해 흉기를 들었다. 평생 죄를 짓고 산 적이 없던 박씨가 아들을 상대로 범죄자가 된 순간이었다.
지난해 6월 충북 옥천에서는 70대 아버지가 특별한 직업 없이 술만 마시고 다니는 40대 아들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한 30대 남성은 취업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했고, 50대 남성도 “왜 용돈을 안 주냐”며 80대 노모와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해 쇠고랑을 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펴낸 ‘가족 변화에 따른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결혼한 뒤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했다며 ‘신캥거루족’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를 근거로 25살 이상 미혼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의 비중이 1985년 9.1%에서 2010년에는 26.4%로 크게 늘었는데, 기혼자녀와 부모가 함께 사는 2대 가구도 무려 4.2배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집값이 지나치게 높아 결혼하고서도 독립하기 힘들고 맞벌이 탓에 아이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기려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숭실사이버대 이호선 교수는 “결혼 여부에 따라 미혼은 캥거루족, 기혼은 신캥거루족으로 나뉘어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캥거루족이 늙은 것”이라며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들이 신캥거루족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아프고 힘들겠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거리도 일정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캥거루족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층이 취업난으로 인해 양질의 취업 기회가 많지 않은 데 있다”며 “소득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제공되면 캥거루족 현상은 사그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중등교육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에서 진로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성적보다 취업을 고려해 진로를 결정하거나 대학 졸업 전 분명한 취업목표를 가지고 있는 청년일수록 캥거루족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김선영·김주영·남혜정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