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5)씨는 2012년 10월부터 서울의 한 고시원에 혼자 살고 있다. 그는 2년 전까지 꽃배달 일을 하다가 고혈압 악화로 그만뒀다.
관할 주민센터 공무원은 지난해 4월 김씨의 사정을 확인한 뒤 정부의 긴급생계비 지원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김씨는 A구청에서 월 60만원(생계비 40만원, 주거비 20만원)을 지원 받아 숨통이 트였지만 석 달 만에 생계비 지원이 끊겼다. 그 뒤로 서울시와 구청에서 1년에 한 차례 각각 30만원 주는 지원비와 사회단체가 후원하는 생필품에 의존해 근근이 생활하던 김씨는 지난해 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하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탈락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 하려 해도 건강상태 심사에 직장을 구할 수 없다”며 “기초수급자 기준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매번 거절당하니 어찌 살란 말이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수급자 탈락 사유는 딸이 월 200만원 이상 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남남으로 산 지 오래다. 김씨 동생이 2011년 사업에 실패하면서 수억원의 빚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보증을 섰던 김씨 재산은 모조리 압류됐다. 이 충격으로 김씨 아내도 세상을 떠났고 부녀 관계도 파국을 맞아 김씨는 독거노인 신세가 됐다.
서울 송파구의 한 반지하 방에서 가난에 짓눌린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지 26일로 2년을 맞는다. ‘세 모녀 사건’은 구멍이 숭숭 뚫린 우리 사회의 복지안전망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충격을 안겨줬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랴부랴 기초수급자 기준 완화 내용을 담아 관련 법을 개정하는 등 대책이 뒤따랐지만 김씨 사례에서 보듯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하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초수급자는 165만명이다. 지난해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시행 당시 132만명보다는 늘었지만 “(기초수급자 기준 완화 등으로) 연말까지 210만명이 될 것”이라던 정부 예측에 비해 무려 45만명이나 모자란다. 이는 김씨 같은 사례 외에 적정 소득이 있어도 빚이 많아 제 역할을 못 하는 부양의무자를 둔 대상자, 담당 인력 부족과 거주지 불분명 등으로 발굴 자체가 힘든 대상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A구청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과거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됐지만 김씨처럼 안타까운 사정으로 기초수급자가 안 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며 “수급 탈락자를 대상으로 구청과 지역사회에서 나름 돕고 있지만 한계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내놓은 국민의 자살 원인별 현황 통계에 따르면 ‘경제생활 문제’를 이유로 자살한 비율이 2010년 15.7%에서 2014년 21.2%로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급자 예측치를 너무 높게 잡은 측면이 있다”며 “다만 수급자에서 탈락되더라도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지역생활보장위원회를 거쳐 구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도록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이봉주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복지망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걸러내려면 사회복지 전담인력 부족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