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선생이 제자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불려온다. 그 선생은 합의하라는 경찰의 종용을 물리치며 말한다. “아니죠. 그러면 누굴 사랑하는 게 아니죠. 사랑이 어디 합의할 수 있는 거던가요?” 그 선생은 소녀시대 태연양 때문에 제자와 그리 싸웠다. 이 짧은소설의 제목은 ‘벚꽃 흩날리는 이유’다. 이처럼 명징한 반전이 구사되는 짧은소설은 전형에 가깝다. 모든 짧은소설에 이처럼 뚜렷한 아이러니가 선명하게 내재된 건 아니다.
아내가 어느날부터 아파트 베란다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잔다. 그러다가 어느날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1층 화단에 떨어진 시체도 없다. 아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내의 방’에서 이기호는 말한다. “한데 정말 제 아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정말 빨래가 되어버린 것일까요? 저는 정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짧은소설의 말미에는 아무런 반전도 실마리도 없다. 이기호가 최근 ‘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한, 상대적으로 긴 단편 ‘오래전 김숙희는’의 축약된 버전으로도 읽힌다. 이 단편에서 짧은 평화는 내재된 불안과 불온의 파편 같은 것이었다.
“저기 그러지 마시고요, 선생님. 여기 벤치에 앉아서 저하고 같이 고등어나 한 마리 구워 드시죠. 어차피 라이터도 저 주셔서 번개탄 붙이기도 어려울 텐데… 뭐, 그냥 허기나 채우자고요. 별도 좋은데.”
‘나’는 그가 손에 쥔 라이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뚝뚝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기호는 ‘작가의 말’에 짧은 시조를 남겼다.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이라고.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