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10명 중 7명은 비행기 회항 및 결항이 저비용 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저비용 항공기는 국적기보다 위험할 것 같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3년 이내 비행기를 타 본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저비용 항공의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가 앞으로 저비용 항공기가 저렴한 이동수단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예상은 성별·연령과 관계 없이 모두 높은 수준이었다.
10명 중 6명은 저비용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인식도 갖고 있었다. 2014년 같은 조사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저비용 항공기를 찾아 이용하는 모습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저비용 항공을 이용해 본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경우 저비용 항공 이용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을 보였다. 단거리 지역을 여행할 땐 저비용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괜찮고 현명하다는 인식도 강했지만, 해외여행을 떠날 땐 국적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절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다. 아직까진 저비용 항공이 비교적 가까운 여행에 적합하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는 해석도 가능케 했다.
◆저렴한 티켓 가격, 저비용 항공사 '성공궤도'로 이끈 원동력
가파른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 요인으로는 경쟁력 있는 요금(75.8%·중복응답)과 항공권 요금 프로모션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항공권 예약·구입이 간편하고(53.2%) △온라인 예약서비스가 가능하며(48.6%) △가격대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41.2%)는 점을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많았지만, 저렴한 비행기 가격이야말로 저비용 항공사를 '성공궤도'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2명 중 1명은 비행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라는데 동의했으며, 가격이 저렴하다면 기내 서비스의 부족함은 감수할 수 있다는 데도 절반 이상이 공감했다. 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도 저비용 항공기는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단 9.4%에 그쳐, 가격이 비행기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10명 중 4명은 요즘 저비용 항공사들이 가격할인에만 너무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는 우려도 하고 있었다.
잇따른 항공기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듯, 저비용 항공기의 안전 문제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았다.
10명 중 4명이 최근 저비용 항공사의 결항·회항 등의 문제는 예견된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상당수가 비행기의 회항과 결항 등의 문제가 비단 저비용 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지만, 절반 이상은 저비용 항공기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기보다 왠지 위험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저비용 항공사가 안전성 문제에서 국적기보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2014년 같은 조사에 비해 저비용 항공기가 더 위험할 것 같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가격 경쟁과 안전성을 종합해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10명 중 4명이 지나친 가격할인이 오히려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들게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저비용 항공사, 더 성장하기 위한 개선사항은?
향후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겠다는 의향은 상당히 높았다. 전체 66.6%가 앞으로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으며 여성보다는 남성, 그리고 젊은층의 이용의향이 높은 편이었다. 또한 기존 저비용 항공사 이용경험자의 재이용의향이 이용해보지 않은 비경험자의 이용의향보다 더 높았다.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는 항공기 이용의 안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46.9%·중복응답)와 지연·결항 등의 문제 발생시 신속한 대응시스템 확보(44.3%)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즉, 저비용 항공사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4년에 비해 안전성에 대한 홍보(14년 35.7%→16년 46.9%)와 지연·결항에 대한 대응시스템(14년 32.2%→16년 44.3%)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모두 훨씬 높아졌다.
다음으로는 △경쟁력이 있는 요금 제공(34.6%) △최신형 항공기 보유(31.5%) △가격대비 양질의 서비스 제공(31.4%) △편리한 기내 좌석 확보(31.1%) △경험 풍부한 전문 파일럿 확보(30.4%)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안전문제와 대처능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한 것에 비해 요금(14년 42%→16년 34.6%)과 양질의 서비스(14년 35.8%→16년 31.4%)에 대한 요구는 줄어든 변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트렌드모니터는 "여행객들이 저비용 항공사에 바라는 것이 가격과 서비스에서 안전과 적절한 대응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여행객들이 항공기를 이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는 요금 할인제도(64.3%·중복응답)였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 다음으로는 △스케줄 등의 운항서비스(39.8%) △항공기·항공운항기 관리점검 서비스(35.1%) △탑승수속, 수하물 처리 서비스(32%) △예약·발권·환불 서비스(29.4%)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체로 2014년 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보인 가운데, 관리점검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14년 26.3%→16년 35.1%)이 가장 눈에 띄는 결과였다. 잇따른 항공기 관련 사건·사고로 인해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여성과 중·장년층에서 이런 의견이 많았다.
◆메이저 항공사 이용 ↓ vs 저비용 항공사 이용 ↑
최근 3년 이내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항공사 유형은 주로 국내 메이저 항공사(72.8%·중복응답)와 국내 저비용 항공사(61.7%)였다. 저비용 항공사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듯, 2014년과 비교했을 때 국내 메이저 항공사의 이용경험은 줄고(14년 78.6%→ 16년 72.8%),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이용경험은 증가한(14년 50.3%→ 16년 61.7%) 변화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밖에도 외국계 국영 항공사(22.5%)와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15.9%)를 이용한 경험도 적지 않았다. 항공사를 인지하게 된 주요 경로로는 공통적으로 항공권 예매사이트가 첫 손에 꼽혔다. 이와 함께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항공사 사이트를 직접 검색해서 접하게 된 경우(32.9%)가 많았으며, 다른 항공사들은 여행사를 통해 많이 인지했다.
◆저비용 항공사, 국제노선보다 국내노선 이용시 훨씬 많이 찾아
국내 저비용 항공사는 아직까지 주로 국내노선을 이용할 때 많이 찾고 있는 편이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의 이용 노선을 살펴 본 결과, 국제노선(34.5%·중복응답)보다 국내노선(83.3%)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그에 비해 국내 메이저 항공사는 국내노선(65.7%)과 국제노선(66.5%)의 이용비중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해본 항공사는 제주항공(58.5%·중복응답)이었다. 그 다음으로 △진에어(52%) △이스타항공(31.8%) △티웨이항공(28.5%) △에어 부산(22.9%) 순이었다. 2014년에 비해 진에어(14년 42.5%→16년 52%)와 티웨이항공(14년 18.3%→16년 28.5%)의 이용 경험이 급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