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인 변협이 회원들의 의견 수렴없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테러방지법 지지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적 편향 명분 또한 상실한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는 변협 내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고 있다.
변협 관계자는 26일 "전례 등에 비춰봤을 때 회장 및 집행부는 소속 회원들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하 회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사퇴 요구를 받을 수도 있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하창우 회장과 법제이사, 상임이사 등이 모여 긴급회의를 개최한 뒤 '성급하게'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는 질책인 것이다. 실제로 당시 소속 회원 변호사들에게는 의견서 제출 여부나 내용 등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변협 회원 중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도 이번 사안을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내부 논의를 거쳐 후속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익인권변호사 52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테러방지법은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변협은 이같은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려면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내부 논의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대다수 변호사(변협 회원)들은 언론을 통해서 테러방지법안에 찬성하는 의견서가 새누리당에 제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실제 제출했는지 여부, 의견서 작성 절차와 내용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변협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변협 지도부가 여권과의 교감을 통해 지지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테러방지법은 여야가 대립하고 있고, 국민의 관심도 가장 높은 현안"이라며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크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변협은 "대한변협은 법률안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면서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왔다"며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의견서를)보내달라고 해 변협이 별도로 전달해 준 것일 뿐 새누리당의 요청을 받고 의견서를 작성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변협은 이날 논란이 된 의견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변협은 전날 테러방지법을 지지하는 내용의 '국민보호와 공공안정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및 동법 본회의 수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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