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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 손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바뀌었다면.
‘할머니의 손’은 이런 깜찍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태수의 손은 할머니의 손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으아아아아!”. 쭈글쭈글하고 푸석푸석한 할머니의 손에 놀란 태수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만다. 얼마나 울었을까 할머니 손으로 바뀐 자신의 손을 보며 울다 지쳤을 때 배꼽 시계가 울렸다. “어쩌지? 나는 요리도 못하는데….” 실망하던 참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태수의 할머니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뚝딱 오이무침 한 그릇을 만들어 낸다. 그것만이 아니다. 할머니의 손은 학교 준비물인 걸레도 만들고, 실뜨기도 하고, 집안 청소도 자유자재. 태수는 할머니 손이 마법의 손처럼 느껴진다.
‘할머니의 손’은 일본인이 한국어로 쓴 동화다. 일본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고교생이던 1997년 한·일청소년문화교류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한국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대학에서 제2전공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 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외고 교사 등을 거쳐 현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할머니의 손’은 2014년 일본의 저명한 동화작가 등용문인 창작동화·그림책·디지털콘테스트의 키즈21 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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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없는 산타’ 또한 상식을 뒤집는 작품이다. 산타클로스 하면 붉은 옷과 덥수룩한 흰 수염, 빨간 코 사슴 루돌프가 떠오른다. 어느 날 산타 쿠로는 흰 수염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린다. 놀란 루돌프가 외친다. “수염을 잘라 버리면 더 이상 산타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할아버지일 뿐.” 그러자 산타 쿠로는 수염을 자르던 가위를 내려놓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 “산타는 너무 외로워.”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산타가 크리스마스에만 바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산타는 성탄절에 맞춰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1년 중 나머지 날엔 열심히 돈을 모으고, 사슴들을 훈련시키고, 전 세계 어린이의 편지에 답장을 하고 있었다.
작가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화 ‘할머니의 손’에는, 경험 많은 어르신에게서 배울 것이 많으니 지금 할머니가 계실 때 많은 것을 배워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수염 없는 산타’에 대해선 “산타는 일 년에 12월25일 하루만 주목받고 나머지 364일은 잊힌 것처럼 보이나 그의 노고를 알아주는 루돌프가 있듯이 당신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주위에 꼭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