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 근무하는데,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아주 가까워.”
이 같은 황당한 소리를 하며 수십억원대 사기를 치고 다닌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이 조상의 나라에서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L(54)씨는 한국으로 건너와 활동하며 자신을 ‘국제인권보호위원회’라는 국제기구 간부라고 소개했다. 주변인들 모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단체였지만 “유엔 산하 기구로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L씨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A씨의 범죄 행각은 2012년부터 본격화했다. 무역업체 대표 이모씨를 만난 L씨는 “러시아 재향군인회 회원이나 현지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의 자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사업, 러시아·벨라루스 병원 설립 사업 등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투자금 명목으로 4000여만원을 받아 그냥 가로챘다.
2013년에는 한층 대담한 사기를 쳤다. L씨는 자원개발업체 대표 연모씨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다. 사할린 광산개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솔깃해진 연씨는 선뜻 240만달러(약 27억2000만원)를 내놓았고 L씨는 돈만 챙겨 사라졌다.
피해자들의 고소를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26일 L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체 어떻게 해서 사람들을 그토록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검찰 관계자는 “군복과 비슷하게 생긴 말끔한 제복에 유엔을 연상시키는 휘장까지 척 하니 새겨진 가짜 여권을 제시함으로써 국제기구에 문외한인 사업가들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난류한류]“푸틴과 친한데”… 수십억 뜯어낸 고려인
기사입력 2016-02-26 18:52:19
기사수정 2016-02-26 20:45:22
기사수정 2016-02-26 20:45:22
우즈베키스탄 국적 50대 남성, 유엔기구 간부 사칭 사기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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