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늑대들이 숲에서 뒹구는 과정에서 사냥 능력을 배우듯, 사람도 놀이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고 심리연구소 ‘함께’의 김태형(사진) 소장은 말했다. 그는 “아이들은 노는 과정에서 사회활동 기술을 연마한다”며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대인관계 능력 등 원만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능력을 습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담을 하다 보면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 90% 이상이 대인관계에 대한 것”이라며 “놀이를 하면서 겪을 수 있는 갈등이나 선택의 문제들을 해결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갈등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사회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으로 무기력을 꼽았다. 놀이는 단순히 소꿉장난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 의사를 실현하는 과정이며, 자유를 박탈당하면 무력감에 짓눌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라고 김 소장은 주장했다. 실제로 동물을 우리에 가둬놓았을 때, 동물은 무기력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다수 나온 바 있다.
김 소장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가 새로운 도전이나 모험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놀이는 창의성을 활짝 꽃피우게 해주는 최초의 계기”라면서 “놀이 기회가 적은 아이일수록, 사교육을 일찍부터 받은 아이일수록 되레 창의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아이가 어릴 때 마음껏 놀아야 행복하다는 것을 부모가 알고 있지만 대부분 부모들은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참고 이겨내야 한다’며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은 ‘돈이 곧 행복’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 결과”라며 “부모들 스스로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아이들은 부모들의 만족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조건부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난 아이의 마음에는 평생 불안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고, 자존감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