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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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온라인 장바구니 최저가의 '숨겨진 진실'

온라인쇼핑은 이제 유행을 넘어 ‘대세’로 자리를 더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온라인쇼핑시장 규모는 거래액 기준 전년대비 13.3% 가량 성장한 62조3600억원 수준인데요. 이같은 추세에 따라 최근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이른바 '콧대 높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빠른 속도로 온라인쇼핑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대한 쇼핑 플랫폼 속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사야 더 저렴한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대표적인 온라인쇼핑몰인 오픈마켓과 주요 소셜커머스의 가격을 직접 비교해 봤습니다.

#1. 이제 갓 200일이 지난 아이를 둔 주부 정모(29)씨는 기저귀나 분유 등 육아용품을 구입할 때 항상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한다. 최근엔 집까지 배송해주기 때문에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정씨는 가격비교사이트 '쿠차'에서 매번 검색해 10원이라도 저렴한 업체에서 구입했지만, 요즘 기저귀는 웬만하면 오픈마켓 'G마켓'에서 산다. 그는 "여러번 사다보니 기저귀는 G마켓이 가장 저렴해 이곳만 이용하고 있다"며 "한곳에서 반복적으로 구입하다 보니 VIP 등급으로 승격, 다양한 할인쿠폰을 이용할 수 있다"고 흡족해했다.

#2. 서울 신촌 근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송모(22·여)씨는 최근 한 소셜커머스에서 샤워용품을 구입했다가 우연히 오픈마켓 '옥션'에서 더 싸게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송씨는 "보통 소셜커머스가 '가장 싸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따로 가격 비교를 하지 않고 이곳에서 구입했다"며 "200원 정도로 가격 차이가 크진 않았지만, 한푼이 아쉬운 자취생이라 100원 차이에도 민감해 앞으론 반드시 가격비교를 한 뒤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원 전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격은 유통업계에서 최대 화두다. 특히 대세로 자리를 굳힌 온라인쇼핑시장은 더욱 가격 경쟁이 치열한데, 온라인쇼핑의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가격’이기 때문이다.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자기네들이 최저가라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여러 온라인쇼핑몰 중 소비자들은 어느 곳을 이용해야 할까. 판매자가 많은 ‘오픈마켓’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가장 싸다’고 광고해 온 소셜커머스일까?

26일 기준, G마켓·옥션·11번가 등 오픈마켓 3사와 쿠팡·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에서 판매중인 동일상품에 대한 가격을 조사를 실시했다. 규격화 되어 있어 상품의 질이나 용량이 상관없는 생필품과 가공식품·육아용품 3가지 품목으로 나눠 살펴봤다.

결과는 오픈마켓의 '압승'이었다. 생필품 및 가공식품·육아용품 등 조사한 주요 품목 16개 중 약 87%에 해당하는 14개 상품의 오픈마켓 최저가가 소셜커머스보다 낮거나 동일한 수준이었다.

◆주요 생필품, 소셜커머스보다 오픈마켓이 더 저렴

화장지나 구강용품 등 생필품 3개 중 2개 상품의 오픈마켓 최저가가 소셜커머스보다 낮았다. ‘유한킴벌리 크리넥스 순수 3겹 소프트 화장지’(27m*30롤)는 G마켓이 1만3900원으로 소셜커머스보다 1000~2000원 저렴했다. ‘미쟝센 헬로버블 염색약’(2개)도 G마켓에서 9900원에 최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지만, 소셜커머스 3사는 1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했다.

소셜커머스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상품도 있었다. ‘리스테린 쿨민트’(250ml*4개)는 쿠팡·티몬·위메프 모두 7600원에 판매해 G마켓이나 11번가 보다 2200원 저렴했다. 하지만 쿠팡에서 이 제품은 9800원 이상 구입 시에만 살 수 있는 '로켓배송' 상품으로 동일한 구성을 1개 더 사거나 다른 로켓배송 상품을 추가로 구입해야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배송비가 별도로 필요, 결과적으로 오픈마켓에서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1인 가구 생필품도 오픈마켓에서 사는 게 유리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의 필수식품인 즉석밥이나 라면·통조림 등도 오픈마켓이 더 저렴했다. 농심 ‘신라면’(120g*40봉)은 G마켓에서 2만2900원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티몬 최저가는 2만7100원으로 G마켓이 4000원 이상 더 저렴했다. 티몬에서 라면 40개를 살 돈 2만7100원으로 G마켓에서는 라면 47개, 즉 7개를 더 살 수 있는 셈이다.

‘CJ 햇반’(210g*24개)도 G마켓 최저가 기준 1만7900원으로, 소셜커머스 3사와 최대 390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사조참치 살코기’(100g*10캔)은 오픈마켓 3사 어디에서 구입해도 소셜커머스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을 11번가와 G마켓은 8900원에, 옥션은 9700원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쿠팡·티몬·위메프는 각각 1만1500원, 9900원, 1만900원으로 오픈마켓보다 비쌌다. ‘네스카페 신선한모카’(330T)도 G마켓이 2만6900원으로 최저가였고, 11번가가 2만7700원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상품을 티몬과 위메프는 3만200원에 판매하고 있어 큰 가격 차이를 보였다.

◆기저귀, 소셜커머스가 가장 싸다? "과연 그럴까"

단돈 10원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육아용품도 오픈마켓이 가격경쟁력에서 승기를 잡았다. "육아용품은 소셜커머스가 가장 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에서 이런 고정관념이 깨졌다. 기저귀나 분유·물티슈 등 조사품목 7개 중 6개의 가격은 오픈마켓이 소셜커머스보다 저렴하거나 같았다.

‘매일유업 앱솔루트 유기농궁 3단계’(800g*1캔)은 G마켓에서 2만7630원에 판매, 티몬과 5270원의 큰 차이를 보였다. ‘남양유업 아기사랑 수’(750g*3캔)는 G마켓과 옥션에서 4만600원, 11번가 4만7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소셜커머스 3사 어디에서 구입하든 오픈마켓에서 사는 것이 더 유리한 셈이다. ‘하기스 보송보송 팬티 4팩’(4·5단계)도 G마켓과 옥션에서 3만2700원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었다.

위생 문제로 엄마들이 꼼꼼하게 따져 구입하는 물티슈도 오픈마켓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유리했다. ‘깨끗한나라 페퍼민트 리필’(10팩*70매)은 G마켓이 1만500원 최저가 판매하고 있었다. ‘하기스 퓨어 리필’(10팩*72매)도 G마켓과 티몬이 각각 1만원으로 최저가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큰 틀에서 보면 동일한 온라인쇼핑몰인데, 왜 오픈마켓의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일까.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이 많아 가격경쟁력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판매자 수수료도 낮아 판매자들이 가격 조정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커머스는 모바일 위주여서 '핫딜'(Hot Deal)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지만, 최근 오픈마켓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방대한 상품 수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셜커머스=싸다'라는 등식이 점차 깨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