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감성이 섞여 새롭고 신선해 보였으면 해요. 아직 해답은 없어요. 계속 찾는 중이에요. 아마 첫 공연을 몇 번 봐야 깨달을 것 같아요. 약속드릴 수 있는 건 ‘마타하리’가 섹시하고 감정선이 깊고 예술적이면서 재밌다는 거예요. 무대가 굉장히 커요. 시적이고 환상적이에요. 큰 스케일을 기대한다면 그건 충족될 겁니다.”
뮤지컬 ‘마타하리’를 연출하는 제프 칼훈은 “보통 연출은 프로듀서와 비슷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더라”라며 “연출가는 2차원의 내용물을 3차원으로 만들고, 관객이 자리에 딱 앉아서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을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EMK 제공 |
“가격표가 달리면 숫자로 기준을 매기기 시작하잖아요. 비싼 게 항상 질이 좋은 건 아니에요. 물론 ‘마타하리’는 그러길 바라지만요. 제작비 얘기는 조금 부담스러워요. 얼마가 들었든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게 목표니까요.”
EMK의 꿈대로 ‘마타하리’가 세계에서 통할지 묻자 “이 일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 절대 확언하면 안 된단 점”이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좋은 쇼라 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더라고요.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인데 돈을 많이 못 벌 때가 있어요. 깊이나 완성도에 의문을 던질 만한데 막대한 매출을 올리기도 하고요. 전 그저 최선을 다하려 해요.”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어요. 북한 밑에 있다는 것만 알았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여기 있었고, 북한에서 핵실험을 할 때도 있었어요. 이번에도 북한에서 장거리 미사일(로켓)을 쐈잖아요. 김정은이 제가 언제 한국에 오는지 스케줄을 확인하는 것 같아요. 하하.”
그는 10시에 연습실에 도착해 저녁까지 작업에 매진한다. 숙소로 돌아가면 밤 12시쯤까지 수정할 부분을 점검한다. 하루를 온전히 ‘마타하리’에 바친다. 미국에서는 여가를 중시하지 않느냐 묻자 그는 “극장 사업에서는 그럴 수 없다”며 “뮤지컬은 블루칼라 직업이라 이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처음 접하는 한국 배우와의 작업은 색달랐다.
“한국에는 배우조합이 없더라고요. 연습 분위기는 편하고 유동적인데, 배우 스스로는 자신에게 더 엄격한 것 같아요. 필요하면 연습이 끝나도 언제까지든 남아 땀 흘려요. 오디션 때도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다들 진지하고 준비를 많이 해왔어요.”
배우들이 옛 뮤지컬 작품을 잘 모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는 “특정 이름을 얘기하며 ‘그렇게 해 달라’고 분위기를 잡으려 해도 아무 의미가 없더라”라고 말했다.
“전 내가 하는 예술의 역사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미국에서 공연하고 싶은 젊은이라면 특정 배우나 공연을 말하면 조명, 세트를 누가 했는지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침 받았죠.”
짧은 한국 경험이지만, 국내 공연문화를 향한 그의 눈은 예리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보통 배우들을 보러 극장에 오더라”라고 운을 뗐다.
“저는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이죠.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직업은 아니잖아요. ‘마타하리’에는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섭외됐지만, 배우가 누구든 그 자체로 보고 싶은 공연이 됐으면 해요. 굉장히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이기에 배우보다 공연 자체가 스타가 되길 원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