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체감물가와의 괴리는 점점 심해지고 물가통계에 대한 믿음은 약해지고 있다. 통화정책 심장부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집세 상승 과소평가로 물가관리 정책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가주거비를 반영할 경우 가중치가 너무 커져서 다른 품목의 변화를 삼켜버리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거꾸로 가중치가 너무 작으면 물가에 주거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자가주거비를 반영한 통계도 보조지표로 쓰고 있는데 주 지표와 별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차이는 분명하다. 최근 4∼5년간 전·월세만 반영한 소비자물가(주요지표)와 자가주거비까지 포함한 물가(보조지표)를 비교해보면 자가주거비 반영 물가상승률이 조금씩 더 높게 나오는 흐름이 이어진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1.3→1.3→0.7%인데 자가주거비를 포함하면 2.5→1.6→1.5→1.1%로 0.2∼0.4%포인트 높게 나온다. 특히 지난해는 두 통계가 0%대와 1%대로 갈리는, 작지 않은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주거비를 반영하지 않는 나라가 한국만은 아니다.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자가주거비를 반영하지 않는 나라가 더 많다”(통계청 관계자)고 한다. 그렇다고 주거비가 치솟는 한국 상황에서 지금의 물가 산정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1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에서 제일 중요한 품목 중 하나가 집세인데 2015년에 아파트 전세 가격이 6% 가까이 올랐으나 소비자물가지수의 집세 기준으로는 2.5% 상승에 그쳤다”며 물가 산정방식에 의문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매월 489개 상품과 서비스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산출한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