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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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분 축소 여파에 '울상짓는' 우리은행

작년 5% 가량 감소한 듯…"주가 하락에 민영화 차질" 우려
(2015년 6월말 지분율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공시하지 않음. 지분율 5% 미만으로 추정됨.)
민영화 대상인 우리은행이 주가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올려야 하는데도 성적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러 차례 주당 1만1000원대를 넘나들면서 화색이 돌기도 했지만 올해는 9000원을 넘기도 힘든 모습이다. 지난 29일 종가는 871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70원 떨어졌다.  

이는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는 중동 국부펀드로의 매각 실패와 함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대량 매매가 꼽힌다. 그중에서도 국내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작년말 8%였던 국민연금의 우리은행 지분율은 지난해 들어 빠른 속도로 낮아졌다. 지난해 3월말 7%였던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6월말에는 5%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5% 이상 보유할 경우 대량보유 내역 공시를 해야 하는데, 6월말에는 공시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0월 이후 우리은행 주식을 또다시 대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우리은행 주식을 계속해서 대규모로 팔았다”며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의 우리은행 지분율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언이 사실이라면 국민연금이 1년 사이에 지분율을 5.5%포인트나 낮춘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개별 종목에 대해 일일이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다”며 “국민연금의 전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전략에 따라 각각의 지분율이 변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차익실현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은행은 1만원선을 중심으로 1만1000~9000원선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본격적인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에 접어들면서부터. 12월부터 내리막을 타기 전까지 우리은행 주가가 비교적 괜찮았던 시기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큰 손들의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부펀드로의 우리은행 매각설이 돌면서 주가에도 훈풍이 불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저유가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동 국부펀드가 손을 뗄 것이라는 설이 나돌자 기관투자자들이 먼저 발을 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주도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민영화의 걸림돌로 낮은 주가를 꼽는다. 공자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1만4000원 가량 받아야 한다”며 “최소 1만2000원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나 청문회에서 ‘헐값 매각’으로 책임 추궁을 당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할 것”이라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 주식을 그냥 들고 있는 것이 수익률 차원에서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점에서 은행관계자들이 아쉬움을 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리은행은 주당 25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결산배당도 그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1만원으로 보면 투자수익률 5%, 주당 9000원으로 계산하면 5.5%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수익률 5~5.5%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한 해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며 “이를 공적기관이 앞장서서 물거품으로 만드는 같아 아쉽다”고 평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