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외국인 부가세 즉시환급제를 본격 도입한 백화점업계가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해당 제도의 내용을 적극 알리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오현승 기자 |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늘리기 위해 부가세 즉시환급제 실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즉시환급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사후면세점에서 건당 3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의 물건 구입 시(1인당 총 100만원 한도) 매장에서 바로 부가세 10%를 제외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제도로, 국내 백화점업계는 2월1일부터 외국인 비중이 높은 점포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중에선 롯데백화점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일 소공동 본점을 시작으로 33개 전 점포에 100여 개의 시스템을 설치했다. 지방을 포함한 전 점포에 시스템을 갖춘 건 롯데백화점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본점과 잠실점에 각각 28개, 10개씩 즉시환급제 전용 단말기를 깔았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동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당초 2월 중순 적용하기로 한 신촌점, 판교점에도 조만간 외국인 즉시환급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명동 본점에서만 시행 중인 외국인 즉시환급제를 이달 중 센텀시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월1일 압구정 명품관을 시작으로 대전 타임월드점까지 즉시 환급제 도입 점포를 확대했고, AK플라자도 지난 24일 수원타운점에 단말기 10대를 설치한것을 시작으로 외국인 즉시환급제 실시 점포를 순차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즉시환급제 도입으로 관광객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춘절 연휴(2월7일~13일) 소공동 본점에서 일평균 400건 이상의 환급 건수가 발생했고, 같은 기간 은련카드 매출도 53%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도입 초기(2월 1일~4일) 일평균 환급건수가 50건에 불과했지만, 춘절 특수 등에 힘입어 이후 일평균 환급건수(2월 5일 25일까지)가 85건으로 증가했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보다 편리하게 백화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즉시환급제도를 백화점에 전 점포에 도입했다"며 "향후 아웃렛 매장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급 한도를 현재 수준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롯데백화점 자체 조사 결과, 즉시환급제를 통해 가장 많이 이용한 브랜드는 나이키, 뉴발란스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품목이 많았다.
이렇다보니 즉시환급제 도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례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쿠쿠밥솥 가격이 30만원을 넘는데, 이 경우 (한도 제한 탓에) 즉시환급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불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앞서 2014년 10월 사후면세점 환급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1인당 즉시환급 한도는 50만엔(한화 약 550만원)으로 우리나라의 5.5배에 달한다.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위원은 "정부는 외국인 즉시환급제를 도입하면서 관광객 수입이 다소 덜 늘더라도 우선 탈세를 막자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실시 과정을 보아가며) 장차 정부가 1인당 즉시환급 한도를 올릴 것"이라 전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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