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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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지원금 끊겨 잇단 폐쇄 위기… 아이들 다시 거리 떠돌 수도

운영난 겪는 6호처분시설
“정부에서 주던 예산이 끊겨 더는 지원이 힘든 상황입니다.”

지난해 3월 경기 양주시가 전국에 두 곳뿐인 여성 청소년 보호시설 중 하나인 ‘나사로의 집’의 폐쇄 위기에 내놓은 해명이다. 1978년 문을 연 나사로의 집은 ‘6호 처분’을 받은 여자 청소년들을 위한 기관이다. 그간 나사로의 집 운영비의 80%를 대 온 양주시는 정부 지원금 중단을 들어 ‘2015년 5월부터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양주시가 나사로의 집에 예산을 지원한 것은 아동보호치료시설의 운영 주체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바뀐 2005년부터다. 양주시는 중앙정부의 일부 지원금과 자체 예산으로 나사로의 집을 지원해왔으나 재정난 탓에 더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나사로의 집은 폐쇄는 면했지만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나사로의 집에서 생활하는 여학생들도 “이곳이 폐쇄되면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지 모른다”며 “폐쇄만큼은 피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관내에 6호 처분 시설이 없는 지방법원은 6호 처분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광주가정법원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처리한 소년보호 사건 2218건 중 6호 처분은 65건에 불과했다. 일부 판사는 판결문을 쓰기 전 관할지역 밖의 6호 처분 시설에 연락해 “아이를 수용할 자리가 있느냐”고 묻곤 한다. 시설 부족 탓에 6호 처분을 받아도 될 아이들이 소년원 수용을 뜻하는 8호 처분으로 내몰린다.

지원금 중단에 따른 시설 폐쇄 위기는 나사로의 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안산 단원갑)은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사로의 집 문제를 언급하며 “전국에 6호 처분 시설이 7곳에 불과하지만 국고 지원이 없어 운영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6호 처분 시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가정법원은 6호 시설을 대신해 소규모 ‘그룹홈’ 형태의 보호시설을 여럿 만들어 청소년들을 보듬을 수 있도록 여가부 등과 협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6호 처분 시설의 근본적 문제는 예산 부족인 만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과도 폭넓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