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은 바로 ‘일상’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기 삶이 망가졌다’고 느끼는 건 바로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열린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다.
윤 작가는 강연 중 “제가 요즘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유지되는 건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명 드라마의 성공, 만화책 ‘미생’ 판매량 230만부 돌파 등 성공을 거둔 뒤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기웹툰 ‘미생’으로 큰 인기를 얻은 윤태호 작가가 29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열린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특히 지난해 말 최규석 작가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 ‘송곳’과의 비교에 평상심이 균열되면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송곳’은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벌이는 투쟁을 담은 작품이다. 방영 당시 두 작품을 비교하는 기사나 평론, 독자 반응 등에서 ‘미생이 관료제의 상위에 있는 사람을 옹호·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 작가는 “두 작품을 비교한 글은 있는 대로 모두 모을 정도로 노이로제에 걸렸고, 분명히 ‘미생’과 ‘송곳’은 다른 얘기인데 이를 비교하는 이야기 때문에 제 안에서 수시로 화가 나더라”고 당시 심정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11월부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가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에서 고군분투하는 새 시즌 ‘미생-파트2’에 관한 소감을 곁들였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시즌1 때 강조했던 ‘노동이 숭고하다’는 부분에 대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 시즌2부터는 기름기를 싹 빼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그리고 있다”며 “그런데 ‘재미없다’는 평이 많아 요즘 아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