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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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금은 북과 대화할 때 아니다”… 평화협정 논의 일축

국립외교원 세미나서 밝혀
정부는 최근 거론되는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 “현재는 (북한과) 대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조태열(사진) 외교부 제2차관은 29일 ‘유엔 대북 제재 이후 한국 외교의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국립외교원 주최 세미나에서 “평화체제에 관해서 대화 국면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확고한 입장은 ‘현재는 대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평화협정은) 지금 거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북) 제재 국면 이후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고, 북핵 위협이 사라진다는 분명한 조치나 시그널이 있지 않는 한 (평화협정 논의는) 있을 수 없다”며 “중국도 이런 문제가 지금 당장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중국이) 당장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초강력 대북 제재 결의는 중국 최고지도부 의중이 반영된 것이어서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제재 이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연 중국이 (제재) 이행을 할 것인가 하고 많은 추측이 있는데 중국의 적극적 태도 변화는 중국 최고위층 결단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안보리 결의의 전면 이행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중국이 보인 태도 변화에 비춰 이행 문제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결단을 내린 만큼 중국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결의 이행에 전면 동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방한 중인 우 대표는 28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에서 “안보리의 새(대북제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찾은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조 차관은 중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한·미 양국이 결기를 갖고 임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결기를 보여준 것이 중국을 움직인 한 원인”이라며 “한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정상 레벨에서 쌓아온 전략적 가치를 중국이 중시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 오후 우 대표와 만나 안보리가 채택할 대북 제재 결의안 내용을 평가하고, 이행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우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장관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우 대표는 윤 장관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은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윤 장관 면담에서)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천명했다”며 “우리는 미국과 한국 측이 중국 측의 관심사항을 중요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 대표는 이날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의 오찬에서도 중국이 한·중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중시한다는 관점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장관은 1∼3일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제31차 유엔 인권이사회 및 제네바 군축회의(CD)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이사회에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에 이어 참석할 예정이어서 안보리 결의 채택을 전후해 국제무대에서 남북 외교 수장이 격돌할 전망이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