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4전5기’ 끝에 이룬 쾌거였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9일 오전(한국시간) 개최된 가운데, 마치 전 세계 영화인의 오랜 염원처럼 여겨졌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생애 첫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디카프리오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치명적인 부상과 혹한 속에서 결국 살아남은 주인공 휴 글라스로 분해 온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디카프리오는 사람들에게 버려져 언제 죽을지도 모를 극한의 상황에서 복수심과 본능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밀도 있게 그려내 일찌감치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수상이 점쳐진 바 있다. 그러나 총 3개의 트로피를 가져간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단 한 차례도 호명되지 못했기에 우려는 커졌다. 이에 ‘오스카의 저주’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
그는 스무 살이었던 1994년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고, 11년 후 ‘애비에이터’(2005)로 남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후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4)로 수상을 노렸지만 여전히 아카데미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복수란 무엇인가’에 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진정한 연기꾼으로 거듭났고 보수적이고 깐깐한 아카데미 역시 그의 연기투혼에 응답한 것.
이날 시상식에서 첫 트로피를 건네 받은 디카프리오는 독특한 수상소감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는 이냐리투와 함께 마틴 스콜세지(디카프리오와 함께 수많은 영화 작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갑자기 ‘환경보호’ 메시지를 언급했다.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는 사람이 자연과 호흡하는 과정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이 영화가 촬영된 지난해는 세계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지금도 북극 얼음이 녹고 있고, 지구 온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류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사람들과 맞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디카프리오는 오래 전부터 세계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제88회 아카데미 작품상은 저널리즘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영광이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룸' 브리 라슨이, 감독상은 '레버넌트' 이냐리투 감독이 받았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