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지속된 수출부진에 더해 소비와 투자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며 한국경제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작년말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는 등 일시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이 불투명하다며 필요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수출·소비·투자 '트리플 부진'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의 부진은 가볍게 볼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출 부진은 지속되고 있고 1월 산업활동동향에는 우려했던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투자까지 부진하다.
2일 발표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작년 10월(-0.8%)과 11월(-0.5%) 연속 감소했던 전체 산업생산은 12월 들어 1.3%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바뀌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줄어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승용차·연료소매점의 판매는 전월보다 14.2% 줄었다.
정부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2.5%)와 운송장비(-11.0%)에서 투자가 모두 줄어든 영향으로 6.0% 감소했다.
수출은 최장기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지난 1일 발표된 올해 2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364억달러로 1년 전보다 12.2% 줄었다. 지난 1월(-18.5%)보다 감소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두자릿수의 감소율이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지금까지 수출이 이렇게 긴 기간 연속 감소했던 적은 없었다.
◇ 정부 "자동차 빼면 소매판매 증가…2월 수출은 물량기준 늘어"
정부는 수출 부진과 더불어 올들어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중단된 것이 지난 1월 생산·투자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적용된 개소세 인하(5→3.5%) 조치가 종료된 지난 1월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 판매는 총 10만6천308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11만1천620대)보다 4.8% 줄었다. 2013년 2월(9만8천826) 이래 월간 최저 수준의 내수 판매 실적이다.
자동차 판매가 조정을 받으면서 소비·생산·투자 지표 전반이 위축됐다.
1월 설비투자는 6% 감소를 나타냈지만 자동차 부문 기여도(-4.8%)를 제외하면 1.2% 감소에 불과하며, 자동차도 오히려 2% 이상 증가라는 설명이다.
전년 동기비로 보면 소매판매(4.5%)와 서비스업 생산(4.5%) 모두 3∼4%대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고,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가 전달보다 늘어나는 등 소비 회복 모멘텀은 지속되고 있다고 정부는 평가했다.
2월에 들어서면 수출 물량이 11.2%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개소세 인하 연장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광공업 생산, 투자, 소매판매 등 주요 산업 지표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지난해 명목임금 상승률이 3.5%,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6.4%를 보이며 실질 구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내수 중심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 위험요인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둔화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1분기 재정 조기집행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올초 내놓은 수출·투자활성화 대책 등 경제활성화 노력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전문가들 "3%대 성장 어려울수도…필요시 추경도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마이너스 지표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는 3%대 성장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며 더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대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분기 내수 절벽을 방어하는 것이었다"며 "그러기 위해선 소비심리, 투자심리가 지속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로서 보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가 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가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달 미니 부양책과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경기 부양을 위해 애를 썼지만 미흡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작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때부터 추경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1분기를 걱정했지만 작년 12월, 올해 1월 경제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너무 늦게 부양책이 나왔다"며 "1분기 내수 절벽을 완화하기엔 늦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 경로를 유지하려면 내수 활성화 대책,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면 추경 편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연구위원은 "유효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투자 활성화 대책, 소비 진작책처럼 미시정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으로는 재정을 쓰더라도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쪽에 쓰는 등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출 규제 때문에 빚에 의해 소비를 늘리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재정과 수출을 늘리는 데 신경 써야 한다"며 "필요하면 추경을 할 필요가 있으며 환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등의 수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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