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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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것이냐, 말 것이냐'…한은 깊어지는 금리고민

지표 부진해 인하여건 조성…금융불안이 걸림돌
수출 부진 등으로 추가인하 기대 커져
"경기 부양이 우선이냐, 금융 안정이 먼저냐"

한국은행이 오는 10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과 중국, 유럽 등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부진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들이 하나둘씩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안감은 여전한데다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팔자'가 지속되고 있어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부진한 경제지표 속출…생산·소비 관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 항상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를 강조해왔다. 현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이 논리에 따르면 부진한 경제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12.2% 줄어 역대 최장기간인 14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지속했다.

이어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소비도 부진한 양상으로 나타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1.4%, 설비투자는 6.0% 줄었다.

그동안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국내 가계부채 급증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문제는 일단 소강 국면으로 돌아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다.

작년 말 1천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지난달부터 소득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급증세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준도 중국발 금융시장 충격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데 이어 중국은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를 통해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서는 등 경기 부양과 디플레 방지를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채택하는 국가가 늘면서 한은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8개월 만에 제기되면서 인하 기대가 확산되는 상태다.

◇ 금융시장 불안감 여전…외국인자금 유출에 '촉각'

하지만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한 상황이어서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는 연초부터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주요국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일본은행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 가능성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달 중순까지 3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엔 외국인의 매도세가 채권으로까지 확대되면서 100조원을 넘었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가 지난달 16일엔 94조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외국인들의 매도는 달러 수요를 자극해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일본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나타난 부작용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교훈이고 대외여건이 불안정할 때 금리 인하의 기대 효과는 확실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자본유출 및 환율 불안, 금융권 건전성 위험 등을 불러올 가능성 때문에 한은 금통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라며 "단기 대응보다는 구조개혁, 기업 구조조정 등 질적 개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