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EPL 우승팀 첼시는 올 시즌 초·중반 나락으로 떨어졌다. 캐피털원컵 16강 탈락은 물론 리그에서도 16위까지 추락해 강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결국 팀을 이끌던 조제 무리뉴 전 첼시 감독은 선수단과 불화설까지 불거지면서 쫓겨나다시피 팀을 떠났다. 이런 위기의 첼시에 히딩크 감독이 소방수로 등판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성적 부진과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정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히딩크 감독을 택한 것이다.
디에고 코스타(첼시·왼쪽)가 2일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리치시티와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노리치=AP연합뉴스 |
6개월짜리 임시 사령탑이지만 히딩크 감독은 수비 안정화와 정신력 강화를 통해 첼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을 중용하면서 불안하던 수비진을 다듬었다.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 취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미켈의 선발 출전”이라며 “무리뉴 감독 시절에 미켈은 대부분 조커로서 후반에만 조금 나왔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미켈이 거듭 선발로 나오면서 흔들리던 첼시 수비가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동기 부여를 통해 선수들의 흔들리는 정신력을 바로잡았다는 견해도 있다. 박 위원은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멘털 전문가다. 언론 등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전환한다”며 “무리뉴 감독 시절 붕 떠있던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이 온 뒤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비가 정비되고 팀 분위기가 바뀌자 공격진도 점차 살아났다. 히딩크 감독이 오기 전 리그 16경기에서 3골을 넣는 데 그친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28)는 히딩크 감독 취임 이후 리그 등 각종 대회에서 14경기에 나와 10골을 터트렸다. 부진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기용한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결과다.
선수들은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계속 잡기를 바라는 눈치다. 미켈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이 팀에 남기를 바란다. 선수들도 99%가 그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올 시즌 끝나고 감독 생활을 정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