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부대와 의무경찰에 이어 소방서에서도 인권 유린 행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중앙소방본부는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8일까지 3주에 걸쳐 전국 205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의무소방원 관리 실태 전수조사를 벌여 총 7건의 가혹 행위를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통해 밝혀진 강원도의 한 소방서 가혹 행위 사건이 포함된 숫자다.
인권위를 통해 밝혀진 사건 외에 6건의 가혹 행위 가담자들은 경중에 따라 영창·근신·견책 등의 징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수조사는 인권위가 후임병에게 반복적으로 가혹 행위를 일삼은 의무소방원 2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자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18개 시·도 소방본부가 관할 소방서를 통해 가혹 행위 실태를 파악한 뒤 중앙소방본부에 보고하면 이 결과를 토대로 세부 감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과정에서 의무소방원 개별 면담도 실시했다.
의무소방원 제도는 군 복무를 소방대원 활동으로 대체하는 제도로 군인이나 의경에 비해 업무 강도가 덜하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전역후 소방공무원 특별채용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져 인기가 높다.
지난해 11월말 기준으로 전국 소방서에 배치된 의무소방원은 1186명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6건의 가혹 행위에 대해서는 소방서 측이 적절한 조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조사를 끝낸 뒤 가혹 행위 재발 방지 방안이 담긴 의무소방원의 복무 지침을 각 시도 소방본부에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4년 4월 입대해 6월 강원도의 한 소방서에 의무소방원으로 전입한 A(21)씨는 내무반 선입병 2명으로부터 그해 7~8월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캐비닛에 가두는가 하면 밤에 코를 콘다는 이유로 잠을 재우지 않았다. 10여차례에 걸쳐 발로 A씨의 성기를 누르는 행위도 저질렀다.
결국 A씨는 그해 9월 특별외박을 나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병원측으로부터 우울증과 적응 장애 등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입원 치료 과정에서 6차례에 걸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해당 소방서는 가혹 행위가 있음을 알고도 단순 장난으로 치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지만 A씨의 아버지가 그해 3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넣으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하지만 안전처는 인권위의 징계 권고를 무시하고 소방 책임자에게 단순 '주의' 처분을 내렸다.
소방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면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을 '중징계'로, 감봉이나 견책을 '경징계'로 각각 구분한다.
주의는 인사기록카드에 적지 않고 별도의 대장에 작성해 관리하는 것이어서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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