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은 성관계 이후 72시간 내 복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꼭 필요한 경우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일반피임약'은 생리 주기에 맞춰 지속적으로 복용해 피임하는 약이고, 사후피임약은 사후에 복용하는 약으로 일반피임약에 비해 부작용이 크며 피임률은 복용시간과 환자에 따라 다르며 일반피임약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는 전문의약품인 '응급 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여부에 대해 협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사회적인 여건과 부작용 발생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올 상반기 내에는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회 등 의료계는 반발했다. 지난 1월 25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는 여성건강 위협할 응급피임약 오남용을 방관할 작정인가'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신연승 위원은 "응급피임약의 평균 피임률 85%는 75%에 해당하는 콘돔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며, 미레나나 루프 등 여성용 피임시스템의 평균 99%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정확한 복약 지도에 따라 응급피임약을 먹더라도 100명 중 15명 꼴로 임신이 된다는 말이며, 다른 계획적인 피임방법 대신 응급피임약을 사후 피임약처럼 반복적으로 이용하게 된다면 오히려 원하지 않는 임신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의들은 사후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박영한 교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후피임약의 부작용들은 어지럼증, 두통, 오심, 복통, 자궁통, 생리주기 변화, 생리과다, 자궁출혈, 전신피로 및 설사, 구토, 생리통이 100명 중 10명 이상에서 발생한다"며 "복통, 자궁통, 질출혈 또는 점상 자궁출혈은 평균 9~16일 정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사후피임약의 효과에 대해 "조사 기관마다 다르다. 97%까지 effect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기도 했지만 47~53% 정도만 effect가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다"며 "미국 FDA에서 밝힌 효과 보고는 89%(2006년 기준)로, 배란 후에 복용했을 경우엔 효과가 없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또한 복용시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보고도 있는데 레보노르게스트렐(Levonorgestrel)의 경우 효과가 24시간 이내는 95%, 25~48 시간은 85%, 49~72 시간은 58%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응급피임약의 TV광고도 가능해져 10~20대 초반 젊은 여성들이 응급피임약 광고에 제한 없이 노출됨으로써, 응급피임약을 거부감 없이 자주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져 반복적 복용으로 호르몬 내성 커지면 피임실패율이 급증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10대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심각하므로, 10대 청소년의 응급피임약 복용에는 안전장치를 달면 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설명했다.
한림대성심병원 박영한 산부인과 교수는 이에 대해 "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비해 체중이 적기 때문에 위에 언급했던 부작용이 성인에 비해 더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심질환, 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엔 나트륨이나 체액 저류현상으로 심질환 및 신질환이 더욱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의사 처방이라는 사회적 장치를 해제하게 되면 청소년들이 아무런 저항이나 죄책감이 없이 사후피임약을 구입해 사용하는 등 무분별하게 남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로 인해 건전한 생활과 학업에 지장을 주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는 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것은 분명히 기호식품이나 건강식품과 같이 개인에 국한되는 기능만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팀 이경호 기자 kjeans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