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위원회는 IBK기업은행에게 다른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일임형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판매를 허용했다. 반면 KDB산업은행에는 ISA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기업은행·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라 중견기업 지원 등 기업금융에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기업금융 외 분야 업무는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렸을까?
금융위는 기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같이 개인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이 높아 ISA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올해 2월 말 기준 예수금으로 81.9%를 조달했다. 금융위가 정확하게 봤다.
반면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이유를 들며 ISA판매를 불허했다.
우선 '총 자금조달 중 예수금 비중은 1% 내외'라는 점이다. 하지만 금융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산업은행 공시 등에 따르면 ▲2012년 27.2% ▲2013년 24.9% ▲2014년 16.5%를 각각 원화예수금으로 조달했다.
금융위가 파악한 것처럼 산업은행의 예수금 비중이 1%라면 산업은행은 99%를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해 조달했다는 뜻으로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또한 3년간 산업은행의 예수금이 하락한 원인은 법인의 예수금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며, 오히려 개인 예수금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2012년부터 3년새 산업은행의 법인예금 비율은 56.9%에서 50.1%로 6.9%p 줄었다. 반면 개인 예수금 비율은 41.9%에서 49.5%로 7.6%p늘어났다.
산업은행이 따로 수신 영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산업은행의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높고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비대면 거래가 늘었으며 ▲다른 은행보다 더 안전한 은행이라는 인식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1년 정기적금 금리는 1.90%로 공시된 은행 중 가장 높다.
금융위가 산업은행에 대해 ISA를 불허한 두 번째 이유는 '일반 은행 등 민간금융회사와의 시장마찰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SA 도입의 이유는 '금융소비자의 재산 불리기'다.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금융권에서 많은 상품이 나올수록 고객은 더 나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된다.
산업은행이 ISA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다른 은행보다 더 안전하고 금리가 높은 은행의 ISA계좌를 열수 없게 됐다.
결론적으로 금융위가 '산업은행의 ISA 도입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든 이유들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당국의 정책이 일관된 기준이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엿장수 맘대로 이랬다 저랬다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 결과, 산업은행은 ISA에서 배제되면서 개인예수금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단기유동성비율(LCR)관리가 불리해졌다.
LCR은 유동성 위험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비율로 대규모 자금인출 등이 발생해도 30일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뜻한다.
고유동성자산이란 현금이나 국채 등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의미한다. LCR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 보단 예수금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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