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미 글·그림/현북스/1만2000원 |
도시를 개발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숲이 파괴되고, 이에 맞서 숲을 지키려는 고릴라 이야기를 통해 숲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들은 모든 생명의 안식처인 숲을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거침없이 무너뜨리고 파괴한다. 오직 인간의 입장에서만 숲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인 고릴라는 대대로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숲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개발로 인해 나무가 베어지고, 숲이 파괴되면서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홍수가 나자 육지 동물뿐만 아니라 수중 동물들도 살 곳을 잃고, 대부분 숲을 떠난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무표정하게, 혹은 슬픈 눈으로, 겁에 질려서, 또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서 있는 숲 속 동물들의 눈빛을 발견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또 다른 숲을 찾아 떠났거나 아니면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을 수많은 동물들은 고릴라의 절규만큼 커다란 울림을 준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의 생존 기반도 무너진다. 당장의 이익만을 위해 무차별적인 개발을 한다면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숲을 없애는 일은 결코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안녕을 위해서, 숲을 떠나지 않겠다는 고릴라의 결연한 의지와 애절한 눈빛으로 전하는 동물들의 메시지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