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이른바 '흙수저'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철저하게 부모의 재력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 단어의 유행은 젊은 세대가 인식하는 우리 사회가 더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사회, 빈부격차가 계급처럼 고착화된 사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한 사회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정서적 성장 등 삶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아이들' 서평 中)
학력과 출신 대학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고소득 일자리를 얻는 것과 별개로, 학벌이 좋으면 자존감이 높고 가정생활 등도 좋아 '행복도 성적순'이라는 내용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김영철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학력(학벌)'의 비경제적 효과 추정'이라는 논문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한국노동패널조사 7차년도 자료 중 9997명을 상대로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 등을 설문한 결과를 활용해 출신 대학 수준과 학력에 따라 생활 만족도가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학력 수준은 대학별 입학생 평균 대입성적을 추정해 △상위권대(10개) △중상위권대(30개) △중위권대(40개) △기타 4년제대 △전문대 △고졸 △중졸 이하로 나누었다.
분석 결과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생활 전반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유효 응답자 9948명 중 자신의 생활을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0.2%(3095명)였지만, 상위권대 출신 중에서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54.0%였다.
◆학벌 vs 부(富), 반드시 정비례하진 않아
이후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삶을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도 줄었다. △중상위권대 46.4% △중위권대 42.4% △기타 4년제대 46.2%를 기록해 상위권대 외 대졸자들은 대체로 비슷했지만 전문대졸, 고졸, 중졸 이하는 각각 35.1%, 28.8%, 23.1%로 떨어졌다.
월 평균 소득과 종사하는 직업의 지위가 같다고 가정하고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문대졸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졸 이하와 고졸은 만족도가 각 11.9%p와 6.2%p 낮았고 중상위권대와 상위권대 출신은 각 10.6%p, 15.5%p 높았다.
학벌 차이가 소득 격차로 이어져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효과를 배제해보면 △소득 외 일자리 질적 수준 △결혼 및 가정생활 △자존감이나 차별의식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학벌 효과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차별받는 경험도 줄어들었다. 유효응답자 7400명 중 '취업시 차별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중졸 이하 23.0% △고졸 18.7% △전문대졸 19.1%였다. 반면 중상위권대, 상위권대 출신은 각 8.3%, 7.3%에 그쳤다.
◆학력 높을수록 사회에서 차별 덜 받는다
일반적 사회생활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인식 역시 학력 수준별 차이가 발생했다. 9315명의 유효응답자 중 726명(7.8%)이 사회생활에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중졸 이하와 고졸 출신은 각각 11.0%와 7.1%에 달했다. 반면 중상위권과 상위권 대학 출신은 각각 4.4%와 1.8%만이 차별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과도한 고학력, 학벌 추구 성향은 마냥 '허세'로만 치부할 순 없다"며 "과열 입시경쟁을 해소하려면 사회구조적으로 경직된 대학 간 서열 문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도에는 학업 성적보다는 부모와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적 좋을 때보다, 부모와 관계 좋을 때 자녀 행복도 '高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지난해 5월1일 발표한 '2015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를 보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성적이 좋을 때보다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을 때 행복도가 높았다. 성적이 좋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나쁠 때의 행복도는 0.81점이었고, 성적은 나쁘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응답자의 행복도는 이보다 0.1점 높은 0.91점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