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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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에 ‘혹’하면 한 방에 ‘훅’ 간다

해외주식형 펀드 본격 시판
지난달 29일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가 7년 만에 부활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 출시 첫날에는 5326개의 계좌가 신규 개설됐지만, 두 번째 거래일인 지난 2일에는 3352계좌로 반토막났다. 유입자금도 111억원에서 83억원으로 줄었다. 셋째날에도 3252계좌, 87억원으로 반응은 미지근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진국, 신흥국 모두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이 부진했고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한 편이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 연초부터 줄곧 국내 주식시장 성적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다른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대안이 없다고 섣불리 뛰어드는 대신 실질적인 세제혜택과 글로벌 시황 변화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입대상 제한 없고 최대 10년까지 비과세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소득세법상 거주자 요건만 있고 별도의 소득기준이 없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 펀드는 해외상장주식 매매·평가손익뿐만 아니라 환차익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다만 배당과 이자수익은 15.4%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펀드에 3000만원을 투자해서 매매이익 300만원, 주식배당소득 30만원 총 330만원의 투자이익이 발생한 경우 매매이익 300만원에 대한 세금은 없지만, 배당소득 30만원에 대해서는 4만60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비과세 혜택은 최대 10년까지 누릴 수 있지만 가입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2018년부터는 전용 계좌에 보유 중인 펀드의 추가매수만 가능하다. 일단 소액이라도 계좌를 만들어 놓고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로 투자를 결정하는 게 요령이 될 수 있다. 중도해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 수익률 추이를 따져보고 부진한 펀드는 환매해 버리고 유망한 펀드로 갈아탈 수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산운용사들이 점점 더 다양한 펀드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2∼3개의 펀드에 가입해 놓고 내년까지 충분히 시간을 쓰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을 추천한다”며 “배당에는 세금이 붙기 때문에 액수도 초반에는 소액만 넣었다가 증시상황을 보고 추가로 투자하거나 아예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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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신흥국 비중 조절이 관건

최근 1년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투자 지역별 수익률은 사실상 거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나마 성과가 가장 나았던 지역은 북미, 유럽 등 선진국이었다. 반면 실적이 가장 나쁜 지역은 남미신흥국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2월 한 달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북미 지역 펀드는 0.69%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남미 신흥국과 유럽 신흥국은 각각 9.84%, 5.29%씩 올랐다. 특히 브라질 펀드는 한 달 만에 13.08%나 뛰었다. 그외 아시아태평양, 동남아 펀드도 2∼5%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달 평균 수익률이 0.6%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매력적인 투자처였던 셈이다.

문제는 신흥국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2007년 6월 비과세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열풍이 불면서 신흥국 펀드가 크게 각광을 받았지만, 이듬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가 각각 70%, 90%씩 손실이 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주식형 펀드 상품 자체가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대부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상품으로 쏠리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를 낳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선진국 중심의 펀드에 투자하되 증시가 조정될 때마다 신흥국 펀드를 적절히 저가 매수하는 전략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물론 과거 성과가 미래 성과를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실적을 통해 운용사나 펀드매니저의 시장 대응능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하면서 적립식 투자와 지역별 배분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