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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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도 좋지만 영화 등 아이에 익숙한 스토리의 책 다독을”

[윤의정의 공부Talk] ④ 책을 많이 읽으라고?
국·영·수 중 삶에 있어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과목은 단연 국어다. 국어를 못하면 다른 과목을 잘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다 해도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상위로 가려면 국어를 무조건 잘해야 한다. 이건 초·중·고등학교와 그 이후의 대학과 사회생활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 더욱이 국어는 단기간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쌓아둔 실력만이 결과를 좌우한다.

사실 국어만큼 공부가 애매한 과목은 없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는 없는데 국어 성적은 왜 잘 받기가 쉽지 않은 걸까? 이런 현상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아이들은 읽을 수 있으니 마치 그 내용을 전부 아는 것처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할 필요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원도 대체로 영어와 수학 중심으로 가르치곤 한다. 국어는 그냥 책만 많이 읽으면 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
다독은 국어 실력을 좌우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다독을 권하는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상담 중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이가 어려서는 그렇게 책을 많이 읽더니 지금은 잘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을 많이 읽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 차이를 잘 이해해야지만 앞으로의 독서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

아이가 책을 멀리하게 되는 시점은 책의 난이도가 급격히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전과 달리 책을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어려운 말들이 등장하거나 글자 수가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면 책에 대한 흥미가 눈에 띄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쉬운 책만 읽으면 발전에 장해가 된다. 난이도를 점차 올리긴 해야 하지만 아이의 관심사와 책의 재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적으로 아이들을 독서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은 고전이라 일컫는 명서와 노벨문학상 수상작 혹은 권장도서이기도 하다. 참 좋은 책들이지만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재미없는 책을 참고 읽으라고 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곤욕이다. 오히려 아이의 흥미를 고려한 책 선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주로 영화나 드라마 등 아이들에게 익숙한 스토리가 있는 책을 권하는 편이다. 우선 읽다 보면 긴 글에 익숙해진다. 그러면 그다음 책을 고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찾게 마련이고 그것은 곧 습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필자의 제자 중 한 학생은 인터넷 소설로 책 읽기를 즐기게 되었지만 지금은 어떤 글이든 잘 읽고 잘 쓰고 이해한다. 시작은 무척 쉽고 가벼웠지만 꿈은 진중하고 의미 있게 되기도 한다. 아이의 책장을 한 번 보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 있는가?

윤의정 공부혁명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