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대학들의 화두는 다름 아닌 취업이다. 대학마다 다양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재학생, 졸업생들의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물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이나 각종 재정지원 사업도 취업난 해결과 연결돼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 소재 유일한 국립 종합대학인 서울과학기술대학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과기대는 지난 1월8일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시한 ‘2014년 대학 졸업자 건강보험 및 국세 DB연계 취업현황’에서 취업률 72.7%로 졸업생 수 2000명 이상 3000명 미만 대학 중 취업률 1위를 달성했다. 2012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한 뒤 높은 취업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학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공원형 캠퍼스로 조성된 서울과기대 전경. |
2010년 서울산업대에서 교명이 바뀌면서 아직은 서울과기대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이 대학은 개교 106년째를 맞을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구한말인 1910년 고종황제가 공업교육의 산실로 설립한 ‘공립 어의동실업보습학교’가 효시다. 당시 학교는 가구과와 건축과, 단공과, 판금과 4개 학과를 개설해 근대 초기의 공업 교육을 선도했다. 이후 경기공업고등학교(1953∼), 경기공업개방대학(1982∼)에서 1993년부터는 서울산업대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2010년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단지 기술 인재가 아닌 고급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지금의 교명을 쓰고 있다.
학교 명칭은 수차례 바뀌어왔지만 노원구 공릉동 캠퍼스 곳곳에는 역사의 흔적이 묻어 있다. 특히 1980년까지 서울대 공대가 사용하던 다산관·창학관(12호), 대륙관(369호) 등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캠퍼스 내 새로 지어진 건물, 호수, 공원 등과 함께 어우러져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최대가전쇼 ‘CES 2016’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서울과기대 학부생이 제작한 로봇의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제공 |
서울과기대 취업률은 2013년도 3위를 제외하고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은 뭘까?
서울과기대는 취업과 특화된 다양한 교육 과정 중에서도 특히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교과목을 비결로 꼽는다. 서울과기대는 25년 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캡스톤 디자인을 도입했다. 캡스톤 디자인은 공학이나 디자인계열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1, 2, 3학년 과정의 교양과 전공지식을 종합적으로 응용, 졸업논문 대신에 창의적인 작품을 설계·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을 직접 업무와 연계한 실습으로 이어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현장 실무에 대한 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로봇기술과 인간공학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서울과기대 ‘21세기 다빈치형 인재양성 사업단’(이하 다빈치사업단)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다빈치사업단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와 전기정보공학과가 손을 잡고 인간중심 스마트 로봇 분야 융복합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캡스톤 디자인’의 심화형으로 ‘전 학기 설계기반 학습(ADBL: All- Semester Design Based Learning)’을 채택하고 있다. ADBL 수업방식에 따라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와 전기정보공학과 학생들은 1학년부터 자신만의 설계 주제를 정하고 졸업할 때까지 설계주제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단계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다빈치사업단은 학생들의 로봇 제작에 필요한 창작 구현 장소와 3D프린터 등의 고가 기자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로봇 제작을 위한 재료 구입 비용도 지원한다. 또한, 각종 국내외 박람회와 전시회 참가를 위한 참가비, 항공·숙박비, 일비를 지원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작물을 다양한 시험무대에 등장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서울과기대의 교육철학인 ‘런바이두잉(결과물을 만들면서 지식을 배우는 방식, Learn by Doing)’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의 역량은 자연스럽게 취업무대의 경쟁력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차경철 종합인력개발센터장은 “학생들이 체험기반의 지식을 터득해 원리부터 결과물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문제해결력 등을 겸비하도록 교육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팀워크, 리더십, 창의력 등을 기르는 것은 물론 대학교육과 기업체 간의 미스매치 갭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7년 완공 예정인 서울과기대 산학협력연구동. |
높은 취업률의 배경에는 교수들의 역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서울과기대는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14년도 전국대학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에서 전국 4년제 대학 교수 1인당 논문게재실적이 1.51건(전국 평균 0.9건)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전국 6위에 이어 5계단이나 상승했다. 특히 의대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국내 유수의 연구중심 대학을 제치고 달성한 성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
서울과기대는 모든 교수에게 연구공간과 연구조교를 지원하는 제도를 확충하는 등 연구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2012년에는 교내연구비를 신설해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물론 SCI급 이상의 국제논문 게재 시 연구장려금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매해 최고의 연구성과를 낸 교수를 분야별로 선발해 포상하고, 신진 교수들이 연구에 조기정착할 수 있도록 연구정착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해외로 연구년을 떠나는 교수에게도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다방면에서 교내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의 산학협력연구동을 착공했으며, 내년에는 별도의 창조융합연구동을 신축할 계획이다.
박익근 산학협력단장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를 해야 하고 이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