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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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들락날락, 핏빛 소변…'신장' 건강 경고음

10일 ‘세계 콩팥의 날’… 만성콩팥병 체크해보세요
60대 남성 A씨는 몇 달 전부터 평소보다 피곤하고 일을 할 때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단순히 과로 때문이겠거니 했던 A씨는 언제부턴가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자다 깨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일도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소변에서 피가 비치자 깜짝 놀란 A씨는 병원을 방문했고 신장(콩팥)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진료인원은 2009년 9만596명에서 2013년 15만850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3.6% 늘어났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 노년층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고령 환자들이 치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10일은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이 정한 ‘세계 콩팥의 날’이기도 하다.

배의 등쪽에 한 쌍의 강낭콩 모양을 한 300g 정도 무게의 작은 장기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체 활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이 ‘콩팥’이다. 콩팥에는 1분에 1L에 달하는 혈액이 들어오며 사구체라 불리는 ‘필터’에서 분당 120ml 정도로 걸러진다. 이 양을 ‘사구체여과율’이라고 하며 신장 기능의 척도가 된다.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뿐 아니라 몸의 산도와 수분 삼투압, 혈압 유지 및 전해질 농도 조절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혈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신장 손상으로 기능이 약화하는 질환을 ‘만성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이라고 하는데, 단백뇨나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사구체여과율이 정상 수준보다 감소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이때 치료를 늦추게 되면 사구체여과율이 더욱 저하해 몸이 붓거나 불면증, 가려움 등을 느낀다. 이를 방치하면 합병증까지 생겨 신장 이식이나 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대한신장학회의 말기신부전환자 등록사업에 오른 우리나라의 이식, 투석 등 신대체요법 환자는 1986년 2534명을 시작으로 1996년 1만8072명, 2007년 4만8675명으로 20여년새 20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다 2014년 8만67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투석을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다른 합병증이 겹치면 사망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투석을 받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남자 65.3%, 여자 68%로 나타났다. 특히 합병증이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56.9%로 유방암, 자궁경부암과 같은 국내 주요 암질환보다 더 낮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주의해야 하는 주요 질환 중에는 당뇨병이 있다. 만성콩팥병 발병 원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당뇨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름지고 맵고 짠 음식을 주로 먹는 현대인의 식습관 영향으로 비만과 과체중이 늘어남에 따라 당뇨병도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병은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말기 신부전증 진행이 다른 병에 비해 빠르다. 이와 함께 동반된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은 편이다. 소변에 단백뇨가 나타난다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그만큼 중요하다.

당뇨병 다음으로 만성콩팥병을 불러오는 질환은 고혈압이다. 만성콩팥병의 20% 정도 되는 환자가 이 고혈압으로 인한 환자들이었다. 고혈압 환자들은 주로 높은 혈압의 영향으로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기게 돼 사구체를 손상하는 경우가 많다. 콩팥은 이로 인해 혈액을 걸러내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반대로 콩팥이 손상됐을 때는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고혈압이 생기게 된다.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류동열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도 “질병의 특성상 특별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환자가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치달았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콩팥병이 발생하기 쉬운 당뇨병 및 고혈압 환자, 콩팥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 역시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