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경제전문가들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대내외에서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가 심화하면서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거듭하고 국제금융 불안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양극화와 같은 경제 현안 해결에 정부와 기업, 정치권 등이 힘을 모아야 하며 과감한 재정 지출 확대와 통화 완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공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잖았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7일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공조를 잘해야 한다”면서 추경 편성과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 수석은 “구조개혁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구조개혁을 할 수 있도록 재정과 통화 정책을 통해서 여유를 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대 저성장 국면에서는 한 가지 정책 수단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현 시점에서는 실효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금리를 낮춰봐야 수출이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는 기축통화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는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재정정책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수출 부진의 돌파구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수출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수출경쟁력과 직결된 것이 환율이기에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더 이상 중국 경제가 좋아지길 바라면서 수출 증대를 바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생산기지도 임금이 싸고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유리한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남미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철강이나 석유화학, 조선 등의 산업은 이제 인건비가 너무 높고 글로벌 경제 침체로 수출에 한계가 있다”면서 “금융과 의료, 교육, 관광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기반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근본적인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구조개혁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소비 진작을 위한 근본적 조치들로 소득 재분배 정책을 통해서 가계 소득을 올려준다든가, 최저임금을 올려준다든가 하는 구조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남대 학생들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단기 부양책이 있느냐는 물음에 “지금 우리가 하는 정책들을 내실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라윤 기자,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