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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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술의 '역사적인 대결' 이세돌 vs 알파고 하루 앞으로

이세돌 "재밌고 아름다운 바둑 두겠다"
구글 회장 "내일은 인류에 아주 중요한 하루"
인간과 최첨단 기술의 역사적인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최강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최신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9일 첫 대결을 펼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오는 15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대국한다. 승자는 100만 달러 상금을 가져간다.

바둑은 수 싸움이 계산적으로 복잡할 뿐 아니라 직관과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인간적인' 게임이어서 인공지능이 정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꼽혀왔다.

그러나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동등한 조건으로 겨룬 대국에서 5대 0으로 승리, 최초로 인간 프로기사를 꺾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알파고는 이제 세계 최고의 기사인 이세돌 9단을 넘어서려는 도전에 나섰다.

이세돌 9단은 2003년 LG배에서 당시 1인자 이창호 9단을 꺾고 정상에 오른 이후 10년 이상 세계 바둑계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는 바둑 1인자다.

인간이 자존심을 지키느냐, 첨단 인공지능의 진일보를 확인하느냐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 이번 대국에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세기의 대국을 하루 앞둔 8일 국내외 300여 명의 기자가 모인 가운데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기자간담회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알파고는 지난 10월보다 업그레이드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시즌스호텔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가 펼쳐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돌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승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으로 탐색의 깊이를 좁힌다고 설명했다.

계산해야 하는 경우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여겨진 직관력을 모방한다는 설명이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내일 바로 대국이 시작해서 긴장감이 있다"며 "내일 대결은 바둑이나 인공지능 역사에 획을 그을 것이다. 드디어 인간과 인공지능이 대결하는 첫걸음이다. 뜻깊은 자리에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라고 출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인간은 본연의 감각인 직관력이 있기에 인공지능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날 허사비스 CEO의 설명을 들으니 알파고도 어느 정도 직관을 모방하겠다는 느낌이 왔다며 긴장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까지 "한 판이라도 지면 알파고가 이기는 것"이라며 5대 0으로 승리한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자신의 승률을 조금 낮춰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자신감의 근원까지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이세돌 9단은 "직관력을 100%로 구현하지는 못할 것이다"며 "여전히 자신감은 있다. 5대 0으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일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 두겠다. 바둑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깜짝 등장, 세계 최고의 IT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구글이 이번 대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줬다.

슈미트 회장은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대결의 승자는 인간"이라며 "인류에 아주 중요한 하루가 될 것"이라며 축사를 건넸다.

구글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전 세계에 유튜브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