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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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규제 '발등의 불'… 친환경차 개발 속도 내는 업계

글로벌 완성차시장 ‘총성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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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12일까지 열리는 제네바모터쇼의 화두는 단연 친환경차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너나없이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먼저 출시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HEV) 모델과 함께 직접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차(PHEV) 모델과 엔진 없이 모터만으로 달리는 순수 전기차(EV)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아자동차는 HEV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니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쌍용자동차, 렉서스, 폴크스바겐 등 다른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도 친환경차를 내세웠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는 친환경차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향후 10년 내에 모든 차종을 PHEV로도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모터쇼는 향후 자동차 시장을 전망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서 친환경차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아직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미래 시장의 먹거리인 친환경차 시장을 잡기 위한 완성차 업계의 전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EV
◆친환경 규제… 발등의 불

각국의 친환경 규제는 완성차 업계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판매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113.1g/㎞, 연비는 18.8㎞/L로 줄여야 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등 10개 주는 2018년까지 EV 판매 비율이 2%를 넘지 못하면 벌금을 내도록 했다. 최소 판매 비율은 2025년에는 무려 16%까지 치솟는다. 

르노삼성 SM3 Z.E
유럽은 2020년까지 판매 차량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130g에서 95g으로 줄여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자동차 업체들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일본도 2015년 기준 17㎞/L인 차량 평균 연비를 2020년에는 20.3㎞/L로 강화한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도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18년에 최대 5%의 신에너지차를 의무 판매하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행중인 BMW i3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승용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97g/㎞로 줄이고 평균 연비는 24.3㎞/L로 높이는 강도 높은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순차적 적용에 들어갔다.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연간 판매대수의 10%가 2020년 기준을 충족하거나, 판매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27g/㎞ 이하, 평균연비는 18.6㎞/L를 만족해야 한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중형 승용차인 ‘쏘나타’의 내연기관 모델 중 연비가 가장 좋은 1.7e-VGT 모델도 연비가 16.8㎞/L이고, 가솔린 모델은 12㎞/L에 불과하다. 내연기관의 연비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은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차를 만들어 판매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정부 지원이 시장 키운다


각국의 친환경 규제가 ‘회초리’라면 지원 정책은 친환경차 산업을 키우는 ‘당근’이다. 중국은 이미 2020년까지 친환경차 누적 판매 500만대, 2025년까지는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수천억원대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샌퍼드 C 번스타인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서 판매된 친환경차는 18만6000대로 이 중 절반을 중국정부가 구매했다.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정부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최근 강화된 전기차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전기차 구매와 리스 보조금은 기존 5000∼8500달러에서 6000∼1만달러로 확대됐고, 5인승 이상이면 추가로 1000달러가 지급된다. 또 전기차는 크기에 관계없이 한국의 버스전용차로라고 할 수 있는 고속도로 다인승 전용차로에 진입할 수 있게 허용했다. 미국은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관용차량의 50%를 친환경차로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자동차 기업과 함께 8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충전 인프라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EV 구매비용의 최대 50%를 정부가 보조하고 무료 주차를 허용하는 네덜란드가 수년 만에 유럽연합(EU)의 EV 판매 비중 3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고, 이에 자극받은 독일이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정부도 자동차 업체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향후 5년간 총 8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친환경차 확대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는 이러한 각국의 규제 강화와 지원책 등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D파워는 2010년 전체 자동차 판매 중 1.2%에 불과했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2020년에는 5.3%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2020년 자동차 생산량 중 친환경차 비율이 10.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블룸버그는 2020년을 기준으로 배터리 가격의 급격한 하락에 힘입어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하고, 2040년이 되면 판매 비중이 3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