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양국 군이 지난 7일 키 리졸브(KR) 훈련과 독수리(FE) 연습에 돌입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선 사상 최대 규모의 무력시위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과 한·미 연합훈련에 자극받은 북한은 ‘총공세’ 카드를 빼들었다. 당분간 남북한 간 대치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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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연습의 시작
지휘소 훈련(CPX)인 키리졸브는 오는 18일까지, 실기동 훈련(FTX)인 독수리 연습은 다음달 30일까지 진행된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미동맹이 한국을 완벽히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키 리졸브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 본토의 증원전력이 급파돼 반격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전쟁 수행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독수리 연습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 예하 부대, 한국군이 실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실시하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북한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대비와 한·미 연합 상륙훈련도 실시된다.
키 리졸브의 시초는 1976~1993년 실시된 ‘팀스피릿’이다. 당시 주한미군 철수를 계획하고 있던 카터 미 행정부는 북한의 오판을 막고 한국 방위 의지를 알리기 위해 미 본토의 증원전력을 한국에 전개하는 훈련을 폈다. 첫해에는 4만6000여명이 참가했지만 1984년에는 20여만명이 참가해 서방 세계 최대 기동훈련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훈련은 취소됐고, 이듬해 한 차례 재개됐다가 19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협정 체결로 중단되기에 이른다. 이후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으로 이름을 바꿔 군수지원 위주로 진행되던 훈련은 2008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현재의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 체제로 전환했다.
‘시호크’(MH-60R) |
키 리졸브는 미 본토의 증원전력 전개 절차를 익히는 훈련인 만큼 미군의 첨단 전력이 대거 투입된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지면 핵 항공모함이나 스텔스 전투기, 전략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수시로 전개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해 왔다.
이번 훈련에는 미 핵항모 ‘존 C 스테니스’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 강습단이 참가한다. 항모 강습단은 미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서 기함인 항공모함과 순양함·구축함·핵잠수함 등 7~8척의 함정으로 구성된다. F/A-18E/F 슈퍼 호닛 전투기, E-2C 조기경보기, MH-60R 해상작전헬기 등의 항공기를 비롯해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미사일 500기를 탑재해 유사시 북한 전략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다.
3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 7함대 강습상륙전단 본험리처드함(4만1천t급) 비행갑판에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오스프리와 AV-8 해리어가 멈춰서 있다. 연합 |
훈련 기간 핵폭탄과 핵미사일을 탑재한 B-2 스텔스 폭격기도 한반도로 전개될 예정이다. 키 리졸브의 성격이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미 메릴랜드주에 주둔하고 있는 제20지원사령부도 참가한다. 2004년 창설된 제20지원사령부는 WMD 탐지·제거 임무를 맡고 있으며 제22화학대대 등 4개 예하부대를 두고 있다.
두 달에 걸친 한·미 연합훈련은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전력의 한반도 투입 절차를 숙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군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국내 공항과 항만을 통해 들어오는 미군 전력을 수용하고, 전선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100% 습득할 수 없다. 실제로 병력과 장비를 움직이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실전에서 완벽하게 작전계획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얼마나 빨리 한반도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만큼 우리 군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수많은 실전을 통해 얻은 미군의 경험과 전략, 작전개념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우리 군에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북한 최고 수뇌부와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작전계획 5015’가 처음으로 적용되다보니 우리 군의 기대와 각오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의 바탕에는 한반도 방위의 기본명제 외에도 이렇듯 한·미 양국군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도 내재돼 있다”면서 “향후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관련 시설을 선제공격하는 등 적극적·공세적 개념으로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