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질본)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8월까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림픽 출전 선수단의 건강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전문인력이 선수단을 대상으로 현지 상황에 맞춰 지속적인 예방교육·홍보와 사후 대처 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전국을 들쑤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로 국민이 감염병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진 만큼 어떤 감염병이든 적극 대응해 국민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보건당국의 의지로 풀이된다.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본의 첫 수장에 오른 정 본부장도 취임 한 달을 맞는 이날 전문성과 소통,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의 감염병 대응에 대한 국민 불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하면서 초대 수장을 맡은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해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빚어진 불신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제공 |
“(본부장을) 제안 받고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고심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 한 달 사이에 내외부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기대가 많았다. 이 자리에 앉은 것이 전문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다.”
―역대 본부장 중 호흡기 분야 출신은 처음이어서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다. (나는) 대형 상급 종합병원을 4년 넘게 운영해 봐서 조직을 이끄는 것은 자신있다. 임명 과정에서 그런 점도 감안됐다고 들었다.”
―취임 이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업무 파악이 힘들었다.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쉬지 않고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는데, ‘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민간에 있을 때보다 훨씬 일이 많다. 오늘 아침에도 어떤 분이 축전을 보냈길래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문자메시지 한 줄 보낼 시간이 없더라.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메르스로 보건당국을 향한 불신이 많이 쌓였다. 극복 방안은.
“직원들에게 ‘소통’과 ‘신뢰’를 강조한다. 우선 다 알리자는 주의다. 메르스 이후 많은 지적을 받은 소통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소통자문단도 구성했다. 메르스로 인한 불신을 신뢰로 바꾸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메르스 사태를 두고 “공무원들이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사기가 떨어졌다는 조사가 나와서 ‘그만 질타하고 격려해 달라. 앞으로 갈 길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본부장으로서 직원들이 다시 자신감을 갖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최근 중남미·동남아 지역과 인적 교류가 빈번하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환자가 유입된 만큼 한국에도 조만간 환자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자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환자 발생 대응 매뉴얼을 단계별로 정해 놨다. 다만 국내 서식 중인 흰줄숲모기 개체수와 서식지가 제한적이어서 토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지카 감염 환자는 격리하지 않아도 되나.
“일본은 과거 감염 환자가 4명 정도 있었는데, 다 자택에서 요양했다. 일본에서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니 바이러스가 소변하고 성 분비물에서 검출됐다. 이런 것을 보면 지카가 일종의 성병도 된다고 본다. 성접촉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정액 속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성접촉이 아닌 접촉은 괜찮기 때문에 격리가 아닌 입원 수준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국내 산모는 지카로 인한 신생아 소두증을 염려 안 해도 되나.
“발생 국가를 여행한 적이 없는 산모는 매개 모기와 접촉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소두증과 지카의 관련성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4월 말 쯤 일부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보 부재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곧 브라질 올림픽인데 선수단을 보내도 될까.
“선수단에 가임기의 젊은 여성 선수도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현재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지카 대응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의료진과 질본이 선수단과 같이 가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는데, 문체부에서 요청하면 질본의 전문인력을 파견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함께 가서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카 외에 주시하는 감염병이 있는가.
“웨스트나일이다. 옮기는 모기가 우리나라에 흔한 모기 종류여서 모기가 많아지는 한여름에 모기를 매개로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다. 퍼질 가능성이 지카보다 훨씬 높다. 한국에는 아직 발생 사례가 없지만, 미국에 이미 들어가 있다. 검사 방법을 개발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감염병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은.
“모기에 안 물리는 것인데 사실상 어려워서 방제가 중요하다. 지카를 막으려고 최근 모기 방제 작업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감염 위험성이 줄어들 것이라 본다. 곧 방제 대책 2탄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성인 예방접종도 대단히 중요해졌다. 예방접종에 신경 써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결핵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퇴치 방법은 없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결핵환자를 적극 찾아 치료하는 게 급선무다. 결핵 치료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가 약을 안 먹기 때문이다. 발굴해서 열심히 치료받게 하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균을 가진 잠복결핵 환자들은 약을 3개월 정도 먹으면 결핵으로 발전할 확률이 줄어든다. 군인이나 청소년 등 특정 집단 대상의 전수조사를 통해 잠복결핵 환자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외국인 결핵환자도 치료가 안 되면 추방하고 완치증명서 없으면 재입국을 못 하도록 만들어놨다. 20년 뒤에는 결핵환자를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비교해 질본 규모가 매우 작다.
“현재는 인력과 예산에서 20배 정도 격차가 난다. 하지만 10년 전에는 100배 격차였다. 앞으로 격차는 더 좁혀질 것이라 본다.”
―업무 추진 방향은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굳이 중복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아니면 안 되는 연구, 중요하지만 경제적 이익은 없는 연구에 집중할 것이다. 또 질병 관리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내부에서도 전문가를 많이 육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보건사회연구원이나 보건소는 행정자치부·지방자치단체 소속이라 업무 연계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적어도 질병 진단과 역학조사를 하는 부분은 우리가 총괄 관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질병 관리·통제 중심 기관이 되겠다.”
―임기 중 남기고 싶은 성과는 무엇인가.
“메르스 사태로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 조속히 신뢰를 회복하고, 질병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으로 만들고 싶다. 질본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바로 믿을 수 있을 만큼 국가 방역 중추기관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조기에 극복하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되도록 하겠다.”
대담=문준식 사회부장 정리=김유나 기자
◆ 정기석 본부장은…
●1958년 대구 출생 ●경복고 ●서울의대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연구원 ●한림대성심병원 폐센터장 ●〃 내과 과장 ●한림대의료원 학술연구위원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국제협력 이사 ●한림대성심병원장
●1958년 대구 출생 ●경복고 ●서울의대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영국 사우샘프턴대학 연구원 ●한림대성심병원 폐센터장 ●〃 내과 과장 ●한림대의료원 학술연구위원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국제협력 이사 ●한림대성심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