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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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법인차 발목 묶으니… 수입차 매출 ‘뚝’

구입비 상한 800만원으로 제한
내수경기 악화에 엎친데 덮친 격
지난달 등록대수 33%나 줄어
장기 무이자 등 판매회복 안간힘
2011년 오리온그룹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셰 카레라GT, 메르세데스-벤츠CL500 등 최고급 수입차가 대거 등장한다. 담철곤 회장 등 사주 일가와 최고경영진이 법인명의로 리스한 ‘슈퍼카’ 등을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부유층이 고가의 외제차를 각종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법인차로 구매·등록한 후 사적으로 사용하는 풍토에서 재벌 총수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규정을 강화하자 수입차 법인 구매 실적이 확 떨어졌다. 가뜩이나 지난해와 달리 시장에서 고전 중인 수입차업계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등을 벌이며 판매 실적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9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총 1만5671대인데 이 가운데 34%인 5332대가 법인 차량이었다. 이러한 비중은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으려는 개인 구매자가 연말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법인구매 비중이 크게 낮아진 지난해 12월 34.4%보다도 0.4%포인트 낮다. 법인차량 등록 추세도 지난해 10월 7646대, 11월 8266대, 12월 8383대에서 올해 1월 6389대, 2월 5332대로 올 들어 내리막길이다. 

특히 통상 업무용으로 구입한 후 사적으로 전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셰 등의 2월 판매 실적이 1년 전에 비해 일제히 줄어들었다.

자동차 업계는 외제차 구매 법인이 크게 줄어든 이유를 올해부터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 데서 찾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업무용 차의 사적 사용을 방지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한다는 방침에 따라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 명의로 업무용 차를 구매할 경우 연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입비 상한선을 최대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또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쳐 1000만원 이상 비용으로 인정받고자 할 때에는 운행일지를 작성해 업무사용 비율을 입증하도록 했다. 5년에 걸쳐 업무용 차 구입비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고 연간 유지비도 제한 없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 제도가 대폭 강화된 셈이다.

1000만원 초과분에 대한 경비처리를 위해 운행일지를 작성해 제출하면 개인정보가 과세당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 역시 일부 계층에게는 자동차 시장에서 업무용 외제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 경기 악화에 법인용 차량 관리 강화 정책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호시절 누렸던 수입차 시장은 올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다. 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전월대비 33.4%, 전년동월 대비 18.5% 격감한 데 이어 2월 역시 전월 대비 3.5%, 전년동월 대비 6.5% 감소했다. 1, 2월 합친 실적은 3만1905대로 전년 동기보다 13%나 급감했다. 수입차 업계는 특별 무이자 할부 판매, 중고차 판매 시 잔존가치 보장형 리스 판매 등 다양한 판촉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