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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최정상급 프로기사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가 체스와 퀴즈에서 인간지능을 뛰어넘은 데 이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바둑의 벽마저 넘은 것이다. 전문가 예상을 깬 쇼킹한 결과였다.
알파고의 이날 국면 운영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인간 고수라면 기피할 착점을 했고, 명백한 손해도 자초했다. 국면이 좁아지는 중후반 이후 강력한 연산능력으로 더욱 힘을 낼 것이란 일반 예상과 달리 오히려 후반에 허술해지는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9단은 7집반의 덤을 낼 여유를 찾을 수 없었다. 동반실수를 해 형세를 그르쳤기 때문이다. 이 9단의 실착 외에 알파고의 승리를 부른 동력은 탄탄한 수읽기와 전투력이다. 우상변에서 시작돼 중앙으로 이어진 전투에서 만만치 않은 완력을 드러내며 고수급 실력을 과시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대국장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첫수를 두고 있다. 맞은편은 알파고 대신 바둑돌을 놓는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 구글 제공 |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유창혁 9단은 “이해가 안 되는 실수(알파고)가 중후반에 나와 이 9단에게 이길 기회가 있었는데 실수가 많았다”면서 “첫날 파악한 알파고의 문제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촌평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측은 “역사적 순간”이라면서 “내일도 기대된다”고 했다.
인간 대표 이세돌과 기계 대표 알파고의 5번기 2국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10일 속개된다.
이승현 논설위원 tral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