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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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노예' 영화 개봉…'천사의 섬' 신안 이미지 훼손 우려

전남도 "지금은 염전문화 바뀌고 노동착취 사라졌다"
염전 노예 사건을 제보받은 TV 기자 혜리는 카메라 기자와 섬으로 취재를 떠난다.

하지만, 섬사람들은 언론을 멀리한다.

취재 과정에서 혜리는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혜리가 깨어난다.

자칫 묻힐 뻔했던 염전 노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

지난 3일 개봉한 '섬, 사라진 사람들' 줄거리다.

섬 사라진 사람들은 2014년 전 국민을 경악케했던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장애인 등이 염전에 감금된 채 폭행과 강제 노역을 당해 세간에 충격을 준 사건이어서 관심을 끄는 것이다.

섬 노예 사건을 우연히 알게 된 여기자의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립된 섬사람들의 미소에 감춰진 악랄한 이중성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가 '의도하지 않게' 지역민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신안군 주민 A씨는 10일 "시간이 지나면 잊힐 법했던 범죄가 영화로 인해 다시 들춰지게 됐다"며 "영화에 섬이 범죄의 온상인 양 묘사돼 지역사회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B씨는 "한 때 1004(천사)섬(신안군에 1천400개 섬이 있다는 의미)으로 TV 오락프로그램 '1박2일' 단골 촬영지가 됐고 요리프로그램 '삼시세끼'가 촬영돼 개선된 신안의 이미지가 한 편의 영화로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영화 개봉으로 신안 주민들이 걱정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며 "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잘못된 제도에 대한 감시와 감독,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하는 이유를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화로 인해 신안과 전남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며 "지금은 염전 문화가 개선됐고 노동 착취가 근절됐다"고 말했다.

한편 염전노예 피해자 8명은 최근 법원 1심 판결에 따라 염전 업주들로부터 1천500만원에서 9천여만원까지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인권단체는 염전 업주가 장애를 악용해 염전에서 노동을 시키고 소금생산이라는 이득을 취했음에도 3년치의 최저 임금만을 지급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은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해 정신적 위자료 등을 물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염전노예 사건은 2014년 한 피해 장애인이 쓴 편지로 세상에 알려진 뒤 당국의 전수조사 및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고 밝혀진 피해자만 63명에 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