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존 맥스웰 쿳시(76)와 미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폴 벤저민 오스터(69). 이들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디어 존, 디어 폴’(열린책들)은 소설 못지않게 흥미롭다. 이를테면 이들이 주고받은 ‘우정’과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우정은 흔히 열애의 희미한 모사(模寫)로 (잘못)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떤 우정은 아주 오래, 그러한 애정보다 오래 지속되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여자와 함께 침대에 드는 이유는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서다. 그 속뜻은 이렇습니다. 여자를 애인으로 바꾸어놓는 것은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두 번째 단계는 그녀를 친구로 바꾸는 것이며, 바로 이것이 중요한 단계이다. 하지만 하지 못한 말들이 너무나 많이 허공에 떠돌기 때문에 같이 자본 적 없는 여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통찰을 얻을 수 있지요. 즉, 겉보기와 전혀 딴판인 사랑이나 정치와 달리 우정은 보이는 그대로다. 우정은 투명하다.”(존)
“남편과 아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그 결혼이 지속될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결혼은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난투극, 끝없이 진행되는 작업,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재조명하라는 끊임없는 요구입니다. 반면 순수하고 단순한 우정은 더 정적이고, 더 공손하며, 더 피상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끌리지만 않는다면요. 일단 섹스가 개입되면 다 끝입니다.”(폴)
존은 “우정은 사랑과 달리 투명한 것”이라고 말하고 폴은 “우정은 존경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말한다. 존은 “어떤 의미에서는 남녀 간의 우정을 관능적인 사랑보다 더 높은 것, 서로에 대한 단순한 성적 경험을 졸업한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는 단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관능적인 사랑의 과정은 예측을 불허하지만 우정은 변함없이 죽 유지되어 친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자극을 준다”고 부연한다.
이들이 교환한 편지 79통에는 우정과 사랑 외에도 스포츠와 아버지의 역할, 문학과 영화, 철학과 정치, 금융 위기와 예술, 죽음, 에로티시즘, 결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핑퐁처럼 오고 간다. 이들 견해의 기본 바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취향이나 세세한 부분까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조금씩 달라서 오히려 상호보완적 우정을 완성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