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월 말까지 계속되는 독수리 연습에는 한·미 특수전 부대와 해병이 20여개의 다양한 작전을 시도하게 된다. 선제타격을 염두에 둔 ‘작계 5015’와 참수작전을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 군 절반에 가까운 30만명의 병력과 미군 1만7000명이 참가하는 지구상 가장 큰 규모의 군사훈련이다 보니 북한은 물론 중국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해병 참가인원의 3배에 달하는 9200명의 미 해병이 동원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제3해병 원정군 소속 인원뿐 아니라, 더 많은 병력이 미국 본토로부터 투입돼 북한 내 전략목표를 대상으로 강제 진입작전을 점검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두려워할 일이다. 우리 해병이 갖추지 못한 4000t급 대형 상륙함 2척이 동시에 투입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핵추진 존 C 스테니스 항공모함까지 포함하면 각종 전투기 등 항공 전력만 150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동원하고 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정치학 |
특기할 만한 것은 미국 측이 회의기간 중에 열린 1.5트랙(반관반민)의 논의주제를 ‘다각적 억제’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핵 도발에 단순히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일부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을 완벽하게 억제하기 위해 사이버, 재래식 전략무기, 우주탐지 자산 등 여러 가지 복합수단을 함께 활용해야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이미 북한은 다각적 복합위협의 효능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단계에 옮기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사이버 역량을 총 결집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스턱스 넷(Stuxnet)이라는 웜 바이러스를 통해 이란 핵 시설의 핵심부품을 파괴했기 때문에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협상으로 돌아섰으며, 이를 통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해 이란 경제에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론 이란과 북한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핵과 재래식 억제능력과 사이버 능력이 밀접하게 연계된 만큼 별개로 접근하거나 분리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은 중요하다.
북한 내부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북한지도부는 수세적인 입장을 만회하고 주민결속의 차원에서 우리 사회에 충격을 가져다 줄 다양한 위협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도발 억제를 위한 한·미동맹의 강력한 결의와 함께 국제사회가 합의한 초강도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하며,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북한의 각종 비대칭수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다각적 억제 역량을 구축하도록 제도 마련과 법 정비가 필요하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