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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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려는 뚱보 소년… 씨름판에 서다

EBS1 특선 ‘천하장사 마돈나’
뚱보 소년 오동구. 육중한 몸매와 달리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의 장래 희망은 ‘진짜’ 여자가 되는 것이다. 마돈나처럼 완벽한 여자가 되어 짝사랑하는 일어 선생님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

여자가 되려면 돈이 필요하다. 동구는 500만원이 부족하다. 가진 거라곤 엄청나게 센 힘 하나뿐인 동구는 ‘인천시배 고등부 씨름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노린다. 뒤집기 한판이면 마침내 여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구는 죽을 맛이다. 윗옷을 벗고 남학생들과 맨 살을 부대껴야 하는 씨름이라니. 마돈나가 되기 위해 천하장사부터 되어야 하는 뚱보 소년 동구의 ‘여자가 되는 길’은 험하고 아찔하기만 하다. 

EBS1 ‘한국영화특선’은 13일 여자가 되기를 꿈꾸는 씨름선수 오동구의 성장기를 담은 ‘천하장사 마돈나’를 방송한다.
EBS 제공
EBS1 ‘한국영화특선’이 13일 오후 11시 ‘천하장사 마돈나’를 방송한다. 천하장사와 마돈나의 조합은 낯설다. 그러나 두 존재는 영화 속에서 의외로 같은 의미다. ‘내 노래에 메시지가 있다면, 당신의 꿈을 믿으라는 것이다'라는 마돈나의 말처럼 주인공 동구는 여자가 되고 싶은 유별난 꿈을 세상과 맞부딪치면서도 꿋꿋이 밀어붙인다.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남자다운 존재인 천하장사를 꿈꾼다.

한국 영화가 한번도 다룬 적 없는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라는 낯선 이야기지만 소재의 힘에 선정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의 벅찬 기쁨과 감동’의 보편적인 드라마에 충실하게 따라가는 영화다.

연출을 맡은 작가 출신의 이해영, 이해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공동 데뷔했다.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은 한 사람의 확신에 대해 다른 한 사람이 무조건 믿고 베팅할 수 있는 절대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여자가 되고 싶은 동구 역의 류덕환, 씨름 감독 역 백윤식, 아직도 소녀 같은 외모를 지닌 엄마 역 이상아 등이 출연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