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방청객도 없고, 요란한 진행도 없었지만 레오제이는 쉬지 않고 화장을 주제로 준비한 이야깃거리를 풀어갔다.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이는 유튜브에서만 96명. 많지 않은 숫자이나 애초 스마트폰 등에서 주로 소비되는 MCN은 공중파와 달리 시청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2시간 동안 진행된 ‘날것’의 동영상에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만 조각조각 편집해 각종 자막·효과 등을 입혀 유튜브 등에 내보낸다. 그러면 두고두고 소비되며 차곡차곡 쌓일 조회 수가 진짜 성적표다.
3월 개편해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생방송 요일을 옮긴 후 레오제이 뷰티방송 첫 회는 2일 이뤄졌다. 4일 올라온 2일 방송 편집본은 1주일여 만인 11일 현재 9144회 조회된 상태였다. 흥미로운 건 76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 중 상당수는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로부터 올라온 반응이었다. 영어자막을 입힌 K-뷰티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MCN인 트레져헌터에선 이 같은 라이브 방송을 화요일 6시30분 ‘황코코의 토크쇼’에서 시작해 토요일 오후 4시 ‘THN 크리에이터 썰전’까지 일요일과 월요일을 뺀 매일 한두 편씩 내보내고 있다. 편성은 시청자 반응 등을 반영해 매달 바뀐다. 이 과정에선 빅데이터 분석도 이뤄진다.
MCN의 수익은 유튜브 등에서 동영상에 붙이는 광고와 수십만명의 애청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의 ‘PPL’, ‘바이럴 마케팅’ 등 각종 프로모션 유치 등에서 발생한다. MCN과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콘텐츠 제작에 MCN이 얼마나 관여·지원을 했는지와 크리에이터의 협상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원칙적으로는 ‘크리에이터 대 회사, 7대 3’이 통용된다고 한다.
결국 MCN 사업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좋은 크리에이터를 많이 확보하냐인데 이미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가 많이 등장해서 ‘재야 발굴·영입’은 어려운 상황. 트레져헌터에도 매달 30∼50명 정도가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며 이메일을 보내거나 무작정 찾아오기도 한다. 박 본부장은 MCN에서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이 각종 토크쇼, 개그, 또는 샌드아트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다. 동영상 트래픽이 많지는 않으나 구매력 등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야는 뷰티다. 또 최근 ‘키즈 콘텐츠’도 대유행이다. 아이들이 TV 대신 유튜브에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진 덕분이다. 음악산업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뒤처진 부분이지만, 해외에서는 MCN의 중심 영역이다.
일부 고소득 크리에이터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1인 스타’의 꿈을 좇는 이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극소수고 대다수는 본업이 따로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기획사 연습생은 최소한 먹고 자는 문제는 해결해준다지만 크리에이터는 그런 안전망도 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박 본부장은 “MCN은 라디오에서 영화, TV, VOD로 옮겨간 콘텐츠 소비의 역사가 한층 진화한 형태”라며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2∼3년 내에 관련 시장이 대폭 성장하고 더 발전된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