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 인사들의 경거망동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비박계를 몰아붙이며 사생결단식으로 덤벼드는 양상이 4류 정치를 재삼 확인해주고 있다. 공천관리위를 이끄는 이한구 위원장의 처신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 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한 호텔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 몰래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이 위원장은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이다. 윤 의원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태흠 의원은 “(공천살생부 관련)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대표로서 무책임한 거 아니냐”며 김무성 대표 비난에 동조했다고 말했다가 다시 부인했다. ‘끼리끼리’ 저질 정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그제 경선지역을 발표하면서 당초 명단에 포함됐던 김 대표의 지역(부산 중·영도)을 빼버렸다. 공관위 전체회의에서 김 대표의 경선이 결정됐고 최고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이 보고됐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갑자기 ‘살생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방향을 틀었다. 경선지역 배제는 김 대표에 대한 압박은 물론 경선불가·공천탈락으로 해석돼 진흙탕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어제 3차 공천 결과도 혼자 발표했다. 비박계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의결을 거부했다. 두 사람은 이 위원장을 향해 독선적이라며 회의에도 불참했다. 일련의 사태 중심에 친박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 위원장의 전횡 뒤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해석이 많다. 공천과정에서 청와대 하청을 받은 것 같다는 말이 비박 의원 입을 통해서 나오는 실정이다. 어설프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친박들이 경쟁하듯 나서다 제 발등을 찍은 형국이 됐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대통령이 그제 대구를 방문한 것은 지난해 6월 했던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한다”는 말을 되살리려는 행보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그 측근들을 몰아내기 위해 대통령이 움직인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공천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되면 최악이다. 대통령까지 가세한 모양새를 보이는 패싸움 뒤에 남는 것은 뻔하다. 민심은 떠나고 총선 패배라는 쓴맛을 볼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겨 국정 운영에도 큰 차질을 줄 우려가 있다. 여권은 이제라도 민심에 귀를 열어 자중자애해야 한다.
[사설] 친박의 경거망동, 선거 망치기로 작정했나
기사입력 2016-03-11 22:11:07
기사수정 2016-03-11 22:32:07
기사수정 2016-03-11 22:32:07
공천 진흙탕 싸움
이한구의 독주 뒤에
‘보이지 않는 손’ 의심
이한구의 독주 뒤에
‘보이지 않는 손’ 의심
Copyrights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