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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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마침내 첫승… 인공지능 벽 깼다

이세돌, 인간한계 극복
알파고에 3연패 뒤 1승
180수 만에 불계승 쾌거
13일 오후 5시45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공개해설장. ‘세기의 대결’인 이세돌·알파고의 제4국이 숨막히는 1분 초읽기로 종국을 향하던 순간 갑자기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방송, 인터넷 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시민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흘리는 방송 진행자도 없지 않았다. 다들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얼마나 목말라하고 있었는지 실감케 한 막후의 드라마였다.

이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180수 만의 백 불계승. 뜻깊은 승리였다. 앞서 치러진 1∼3국에서 허점을 노출하지 않던 알파고는 이 9단의 필사적인 파상공격에 ‘버그’성 실착을 두면서 일거에 전세를 그르쳤다.

이 9단은 이날 2국 때와 같이 안전 위주로 초반 구도를 짠 뒤 중반 전투에 들어 대형 바꿔치기 전략을 구사했다. 바꿔치기 결과는 알파고에 불리하지 않았으나 이 9단이 삭감과 침입으로 흔들어대자 알파고는 결정적 실착을 범해 이 9단에게 우세를 내줬다.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린 중후반 이후 알파고의 맹추격을 뿌리쳐 승점을 올렸다. 

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 9단은 국후 기자회견에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승리였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또 5국과 관련해 “이번에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흑으로 두고 싶다”면서 “돌가리기에 관계없이 내가 흑으로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제의한다”고 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즉각 이를 수락했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패배에 대해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에 실수가 나왔다”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알파고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치러진 제3국에서 이 9단은 176수 만에 흑불계패했다. 3선승 방식인 5번기의 승리 또한 알파고에 돌아갔다. 구글 측은 우승상금 100만달러를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9단은 이날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며 4·5국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 9단은 결국 4국 승리로 말빚을 갚은 셈이다. 5국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황계식·유태영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