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180수 만의 백 불계승. 뜻깊은 승리였다. 앞서 치러진 1∼3국에서 허점을 노출하지 않던 알파고는 이 9단의 필사적인 파상공격에 ‘버그’성 실착을 두면서 일거에 전세를 그르쳤다.
이 9단은 이날 2국 때와 같이 안전 위주로 초반 구도를 짠 뒤 중반 전투에 들어 대형 바꿔치기 전략을 구사했다. 바꿔치기 결과는 알파고에 불리하지 않았으나 이 9단이 삭감과 침입으로 흔들어대자 알파고는 결정적 실착을 범해 이 9단에게 우세를 내줬다.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린 중후반 이후 알파고의 맹추격을 뿌리쳐 승점을 올렸다.
이세돌 9단이 13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패배에 대해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에 실수가 나왔다”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알파고 개선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치러진 제3국에서 이 9단은 176수 만에 흑불계패했다. 3선승 방식인 5번기의 승리 또한 알파고에 돌아갔다. 구글 측은 우승상금 100만달러를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9단은 이날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며 4·5국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 9단은 결국 4국 승리로 말빚을 갚은 셈이다. 5국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황계식·유태영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