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극장가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과 '동주'(감독 이준익)가 지난 주말 각각 누적 관객 수 300만명과 100만명을 돌파했다.(영진위 집계 결과)
1000만 영화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요즘, 두 영화가 그러모은 관객 수는 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순제작비 25억, 5억원이 투입된 작은 영화가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선 '기적'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두 영화는 같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그리고 아픈 역사 속 슬픈 청춘을 그렸다는 점 때문에 개봉 전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기획한 지 14년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우리 국민이라면 꼭 한 번 봐야할 영화'라는 인식이 관객 사이에서 형성되면서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 18일 만에 300만 돌파라는 쾌거를 올렸다.
'동주'는 '서시' '별 헤는 밤' 등을 쓴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그린 첫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왕의 남자' '사도' 등 주로 큰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을 연출해온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저예산 영화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윤동주 시인(강하늘 분)의 청춘기를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그의 유일한 벗 송몽규 독립운동가에 대해 처음으로 조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윤동주의 친구이자 고종사촌이었던 송몽규는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함께 일본 유학을 떠나고, 또한 같은 교도소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을 정도로 그의 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귀향'과 '동주'의 선전은 엄청난 제작비나 홍보비용이 들어가지 않아도 '결국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알아보게 돼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개봉한 '암살'(감독 최동훈) 이후로 '귀향'과 '동주' 그리고 '밀정'(감독 김지운), '군함도'(감독 류승완) 등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조명한 작품이 잇따라 개봉하거나 제작되고 있어 영화계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