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해외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주장이 어느정도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군 일각에서는 당국의 진단이 정확한 정보와 분석을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은 되지만 자칫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핵능력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고도화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등에서는 북한이 핵탄두를 200~300㎏ 정도로 소형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한 국방부의 판단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지금까지 소형화된 핵탄두를 확보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프리 루이스 미국 비확산센터(CNS) 동아시아 국장은 11일(현지시간) 38노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직경 60㎝, 무게 200∼300㎏ 정도로 소형화된 기폭 장치를 개발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CNN방송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그동안 핵탄두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역량을 갖출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만큼, 그런 기술을 이미 개발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핵무기의 폭발력을 높이고 핵탄두를 탑재한 대기권 재진입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 더 큰 숙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군·정보당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해 '완성' 단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기술적 수준이 향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아직까지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군 내부에서는 "북한의 블러핑(bluffing·엄포)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군·정보당국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진단과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한반도 비핵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핵을 보유한 북한'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안보 전략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군 당국으로서는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등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수준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며 대처해야 하는 데도, 치밀한 분석과 검증 없이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게 적절한 태도인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핵·미사일 전문가는 "북한은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우리 정부의 압박 조치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해 끊임없이 매진해왔다"며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4년 후인 2020년에는 최소한 20기에서 최대 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이 쉽게 달성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데 대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현실화·구체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평가 없이 막연한 입장만을 고수하는 건 더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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