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심사 단계에서 컷오프된 역량 있는 일부 낙천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선거 판세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에 따르면 여야는 충북 지역 8개 선거구에 후보자를 단수 공천하거나 경선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20대 총선 공천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3차 공천심사 발표에서는 청주 흥덕의 김준환 당협위원장 등이 컷오프됐고 이튿날 4차 공천심사 발표에서는 청주 청원의 권태호 변호사 등이 경선 배제 수모를 겪었다.
이어 전날 5차 공천심사 발표에서는 이현희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이 컷오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더민주도 지난 11일 청주 청원 선거구에 당 비대위원인 변재일 현 의원을 단수 공천하면서 표밭을 갈아 온 이종윤 전 청원군수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밖에도 복수의 여야 주자가 경합해 온 제천 단양 선거구와 청주 상당, 청주 흥덕 선거구도 단수 공천 또는 컷오프를 통한 경선이 확정되면서 당내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다.
당 공천 기구의 심사에서 탈락한 일부 예비후보들은 재심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으나 상당수는 수용과 백의종군을 선언하거나 말 없이 이번 총선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 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이날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당의 결정을 수용했다. 청주 흥덕 선거구의 같은 당 김정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도 "청주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과 봉사에 더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앞서 제천 단양 선거구의 같은 당 김회구 예비후보 등은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기 못해 죄송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자신의 이름을 새긴 빨간 점퍼를 벗었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 우위를 자신해 왔던 청주 흥덕 선거구의 김 변호사와 청주 청원 선거구의 이 전 군수는 당의 재심 요구 반려를 전제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청주 청원 선거구의 권 변호사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경선 주자로 선정된 같은 선거구의 김재욱 전 청원군수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사실상 퇴장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타 후보를 비방하고 흑색선전을 하는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며 오성균 예비후보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김재욱 예비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와는 달리 당의 재심 수용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에서 김 변호사와 이 전 군수의 본선 등판을 기정사실화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변호사는 다년간 청주 흥덕 당원협의회를 이끌었던 흥덕의 '맹주'다. 새누리당 청주 흥덕 주자 중 가장 먼저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전 뛰어들었으나 자신의 안방에서 컷오프 수모를 당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책임 당원 수백명과 함께 탈당해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의 지지자들 역시 "여론조사 1등 경선 배제 웬 말이냐"라는 피켓을 들고 당에 항의했다.
김 변호사의 무소속 출마 결행은 청주 흥덕 선거구의 여권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파트 밀집 지역인 청주 흥덕은 야당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두껍다. 도종환 의원과 정균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부의장 중 하나가 될 더민주 후보에게 그의 이탈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민주 3선 노영민 의원의 불출마로 모처럼 지역구 탈환의 호기를 맞은 새누리당 측에 김 변호사의 반발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 청원 선거구의 이 전 군수 역시 지역구의 터줏대감이다. 그는 같은 당 변 의원(공천자)과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우위를 보여 왔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 전 군수의 지지자들은 "당 비대위원(변 의원)의 공천 갑질"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2014년 통합 청주시장 선거에서 같은 당 한범덕 전 청주시장에게 공천장을 내준 뒤 와신상담해 온 그는 이번 '재수'에서도 탈락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3선인 변 의원의 텃밭이라고는 하지만 청주 청원 통합에 따른 선거구 재획정으로 과거 청원군 선거구와는 차이가 커 섣불리 우세를 점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이 전 군수는 선거구 내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오창읍 표밭 갈이에 주력해 왔다. 무소속으로 나선 그가 기존 자신의 지지층을 유지한다면 여야 주자 모두를 위협할 만한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권 변호사 등 청원 선거구에서 컷오프된 여권 주자들의 갈등과 분열이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의 내분과 표 분산 또한 이 선거구의 당락을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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