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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이 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종사자들이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A씨처럼 버스·택시 등 육상운송업 종사자의 경우 근무시간이 월평균 300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업체들이 인건비 절약을 위해 격일제의 변형인 복격일제, 복복격일제 등을 도입하면서 근로자 처우는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근로정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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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내놓은 ‘근로시간 특례업종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10개 특례업종 가운데 2014년 가장 많은 근로자가 종사하는 직종은 보건업(73만8361명)이었다. 이어 △사회복지서비스업 50만8287명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38만7889명 △창고 및 운송관련 서비스업 20만1250명 △통신업 9만1004명 순이었다. 업종별 상용근로자 비율은 항공운수업이 97%로 가장 높고, 영상·오디오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64%)이 가장 낮았다.
근로시간은 버스, 택시 근로자가 포함된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이 가장 길었다. 이들 업종은 단체협약을 통해 개별적으로 마련한 근로시간(소정 근로시간)마저도 월평균 14.7시간가량 초과했다.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 종사자(12.6시간), 통신업(11.8시간), 하수·폐수 및 분뇨처리업(11.1시간) 종사자의 초과시간도 10시간을 웃돌았다.
특히 육상운송업계의 경우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이 승객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이처럼 과다한 근로시간에 시달리는 특례업종 근로자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최종 확정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지난해 9월 노사정위 합의문 발표 후 후속 조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가운데 실제로 자신이 특례업종 종사자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특례업종을 지정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되 예외를 인정하는 최소한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