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나무 노다지' 캐는 인도네시아 조림 현장을 가다

매년 1만2000ha 숲 조성… 4∼5년 후 연간 5억달러 목재 생산
보르네오섬으로 더 익숙한 인도네시아 중부 킬리만탄섬. 섬 남부 팡칼란분 공항에서 아스팔트와 황톳길 임도를 번갈아가며 1시간여를 달리자 주변 잡목림과는 위용이 다른 ‘나무의 바다’가 나타났다. 현지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KORINDO)가 각고의 노력 끝에 일궈낸 인공 조림지다. 9만4384㏊에 달하는 삼림 중심부 해발 480여m의 틀라위산에 오르자 질서정연하게 가꿔진 짙푸른 숲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졌다. 1998년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림허가를 받은 지 20년도 안 돼 산업용 목재 유칼립투스와 자본메라의 보고로 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성된 면적은 서울시보다도 조금 넓은 6만7200㏊. 10년 전 심은 유칼립투스는 30여m 높이로 자랐다. 유전자 우수종을 육성해 심은 자본메라는 2년 만에 10여m까지 커 4년 후면 베어낼 수 있다. 연간 3400만그루를 생산하는 단지 내 양묘장을 통해 2041년까지 사용허가를 받은 이곳에 코린도는 매년 1만2000여㏊의 새 숲을 조성한다. 국내 연간 전체 조림면적에 버금가는 규모다.

김영철 코린도 조림본부장은 “6년 전부터 벌채에 들어가 그 땅에 2개월 내에 새 묘목을 심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 1억달러였던 목재 생산액이 4∼5년 후에는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자신했다.

코린도 조림지전경. 9만여㏊에 이르는 광활한 조림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조림비용 한국의 4분의 1… 드넓은 조림지 해외 개방


세계 3위의 열대우림지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코린도가 아니더라도 임업에 관한 한 기회의 땅이다. 생장속도가 온대림보다 5배나 빠르고, 조림 비용도 ㏊당 450만원에 이르는 국내에 비해 110만∼120만원에 불과하다.

천연 열대림을 보존하기 위해 인공조림으로 생산된 목재에 한해 유통을 허용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도 유리한 환경이다. 조코위 정부는 지난해 목재 조달을 위해 자국 내 조림면적을 1250만㏊로 정하고 국내외 자본에 조림지를 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06년 50만㏊ 산업조림 협약, 2009년 20만㏊ 목재 바이오 에너지 산업 육성협정을 통해 총 70만㏊를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10여개 국내 기업이 진출해 산업조림과 바이오에너지조림, 탄소배출권 확보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93년 이후 이들이 심은 조림면적은 29만6288㏊로, 우리나라의 해외조림 실적(14개국, 39만9068㏊)의 74%를 차지한다.

◆현지화 등 진출장벽 만만치 않아… 유가하락에 투자 위축


하지만 인도네시아 조림사업이 마냥 무지갯빛만은 아니다. 긴 투자 회수기간이나 현지화의 어려움 등 장벽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유가 하락으로 경제성에 대한 우려까지 겹쳤다. 대체에너지원으로 유가 동향과 직결되는 바이오매스 분야는 특히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실제 해외산림자원개발사업은 2014년 7건에서 지난해 3건으로 줄었다. 인도네시아에는 1개 기업만이 산업조림사업을 신고했다. 자카르타에서 만난 한 한국인 사업가는 3만5000㏊의 조림지를 확보하고도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기존 기업들도 시장성이 좋은 팜유나무 쪽으로만 치우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예상됐던 엘지상사의 경우 팜유나무를 제외한 산업목재분야는 현지기업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지난해 해외조림면적 4만1531㏊ 가운데 절반 가까운 1만9503㏊가 팜유나무다.

코린도가 조성한 중부 킬리만탄섬 조림지에 유칼립투스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인내심과 현지화가 성공 열쇠


산림청은 이같은 상황 반전을 위해 인도네시아 산림환경부 안에 ‘한·인도네시아 산림센터’를 공동설립하고 다양한 협력사업을 펴고 있다. 안정적인 목재 수급 기반과 탄소배출권 확보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은 인도네시아 영림공사와 ‘바이오매스 조림과 목재펠릿 가공 협약’을 체결하고 스마랑 지역에 2000㏊ 규모의 조림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목재칩 생산을 시작해 국내 발전사에 공급한다.

산림조합중앙회도 자바주와 칼리만탄섬에 5만2910㏊의 조림지를 확보하고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2만1724㏊를 조림했다. 산림센터는 센툴지역에 생태모델 교육 숲을 조성하고,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리아우주의 이탄지 복구사업을 지원하는 등 인도적 교류사업도 펼치고 있다.

한·인도네시아 산림센터의 인도네시아 측 수겅 공동센터장은 “인도네시아 임산업이 발전하려면 독과점 체제를 깨야 한다. 한국에 70만㏊의 조림허가를 내준 것은 이 같은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조림사업의 성공 잣대로 유가 같은 외생적 변수보다 장기적 안목과 치밀한 현지화 노력을 꼽는다. 코린도의 경우 현지 법인화는 물론 한국인 간부 전원이 국적을 옮기는 노력으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주민을 위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재해지역 복구에도 앞장선다.

코린도그룹 김훈 전무는 “인도네시아 조림사업은 불황기인 지금도 용재공급량이 부족할 만큼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모험정신보다 단기적인 수익성에만 매달려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기표 한·인도네시아산림센터 센터장은 “해외 산림자원 개발은 일시적인 경제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인 산림자원의 확보와 신기후변화 체제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분야”라며 “국내 기업들이 막연한 두려움 대신 도전적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